오랜만에 이뤄지는 국회 청문회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입시부정, 재단 설립, 인사 청탁은 물론 가십으로 여길 수 있는 대통령의 피부미용시술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에 따라 다양한 증인들이 청문회 자리를 채우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 기밀에 속하는 사항임에도, 프로포폴을 투약하였다는 의혹, 임상적으로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없는 미용시술의 시행은 물론 현행법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차움의원의 고가회원권까지, 보건의료 관련 법령에 대해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도 상당하다.
그 가운데 흥미있게 지켜본 것이 하나 있다. 야당 의원은 물론 여당의원들까지 대통령과 관련된 의사 또는 간호장교에게 투약 또는 시술과 관련하여 질문하면 “진료에 관한 것은 개인정보이므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는 대답이 일률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즉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기밀사항임과 동시에 대통령 개인의 정보에 해당하여 증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답이 이에 이르면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추궁을 할 수 없게 된다.
의사 또는 간호장교가 대통령의 진료내용 또는 최순실, 장시호 등에 대한 진료내용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개인정보 가운데 의료정보는 민감한 정보(sensitive data)에 해당한다. 이는 정보 침해 시 개인에게 돌아가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정보에 대한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보다 의료정보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의료법의 규정들이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우선한다는 것이 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즉 의료법 제19조제1항에서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동법 제88조제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의료법 제21조 제2항에서도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위반한 경우에도 같은 정도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율하고 있다. 즉 의사가 대통령이나 최순실의 진료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두 죄가 모두 ‘친고죄’라는 것이다. 이는 고소권자의 고소가 없으면 수사기관이 수사 및 기소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의사 또는 간호장교가 대통령 또는 최순실 등의 진료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들 고소권자가 의사 또는 간호장교를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특수한 조건의 범죄인 것이다.
국민의 여론, 현재의 정국 및 재판 중인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과연 이들이 고소를 할까하는 흥미로운 상상을 해 본다.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법 이전의 직업윤리다. 하지만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고, 탄핵결정이라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재판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면 달리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