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대선시계] 탄핵사유 다 보겠다는 헌재… ‘신속심리’ 여론 압박 부담

입력 2016-12-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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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항목 살피면 법정기한 180일… “대상 축소, 조기에 결론” 주장도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 대통령 즉각 탄핵을 주장하는 시민과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이 각각 1인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 대통령 즉각 탄핵을 주장하는 시민과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이 각각 1인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는지를 판단해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탄핵안에는 8개 헌법 위반과 뇌물죄·직권남용 등 5개 법률 행위가 적시됐다.

◇“헌재, 만장일치 탄핵 결정 가능”= 헌재에 주어진 시간은 180일이다. 내년 6월 6일 안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판관 9명중 7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심판 절차는 이미 시작됐다. 헌재 연구관 70여 명 전원을 투입해 총력 체제로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특검의 수사결과에 기대지 않아도 이미 나온 혐의만으로도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헌법재판관 9명 중 2명의 재판관이 임기 종료로 교체를 앞두고 있어 확정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다른 한편에서는 헌재가 탄핵심판을 기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 근거로는 지난 헌재 판결을 들고 있다. 헌재는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국민이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중에 박탈하는 것으로, 국정공백과 국론분열 등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할 수 있는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며 기각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10장으로 소추 사유가 비교적 단순했다. 반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총 42장에 달하는 복잡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헌재가 박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높다. 주 쟁점인 뇌물죄를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 중론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을 일으킨 최순실 씨를 위해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걷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특검은 박 대통령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검토도 착수한 상태다.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법 제40조에 따라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이 때문에 법원의 형사재판과 헌재의 탄핵심판은 비슷한 절차로 진행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일반적인 형사재판은 처벌의 내용을 정하기 위해 모든 혐의를 검토하지만 탄핵심판에서는 파면될 수 있는 사유 한 가지만 인정되더라도 탄핵 결정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헌재는 13가지 탄핵 사유를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헌재가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사실관계가 밝혀진 혐의를 집중 공략해 탄핵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만장일치로 인용 결정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시간을 얼마나 끌지는 헌재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박 대통령의 혐의를 전부 조사할 게 아니고, 이미 사실관계가 많이 밝혀진 중요한 혐의 몇 개만 골라 최단기간 조사를 하면 내년 1월31일 이전에도 결론을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일반 형사재판은 쟁점에 대해 일일이 사실조사를 해 판단해야하지만 헌법재판은 헌법을 적용해 위헌여부를 판단하는 규범적 판단이 우선이다.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헌법재판 본질에 반하지 않는 한 탄핵안에 적힌 혐의를 전부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핵심혐의 집중 공략해 탄핵 시기 앞당겨야”=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1심 재판하듯 형사절차에 따라서 하겠다고 한 만큼 탄핵안에 기재된 모든 항목에 대해서 심판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위법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모든 사안에 대해 판단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180일을 딱 채워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노 교수는 그러면서 “헌재 심판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는 심판 대상을 축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형사사건에서 증거조사 절차가 길어지면 범죄사실을 몇 개를 빼고 공소를 취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는 게 노 교수의 설명이다. 이같은 방법이 신속한 심리를 위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국민감정을 배제 하고 순수하게 법률적인 측면에서만 혐의 사실이 인정 되는지 여부만 판단해야한다”며 “다만 사실인정과 증거조사 절차만도 해도 꽤 오랜 시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황도수 전 헌법재판소 연구관은 “헌재가 어떤 식으로 입장을 취할지는 모르겠지만 법대로 한다면 신속하게 결정할거라고 본다”며 “박 대통령의 파면 사유 중 한 두 가지에 집중하면 된다”고 했다. 황 전 연구관은 대표적으로 헌법 7조에 규정된 직업공무원제 정신을 위반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행위는 금고이상의 형이 당연하다”면서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전부를 판단할 것 없이 일부 중대위법만 인정 되도 파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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