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내년 초 대출심사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DSR는 기존 대출의 이자만 계산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원리금(원금+이자)을 모두 반영한다. 은행권은 지난 2월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 총대출액에 대한 분할상환 가능성을 계산하는 ‘표준 DSR’를 적용해왔다. 표준 DSR는 신규 대출이 아닌 사후관리에 주로 활용해 왔다.
이번에 은행권이 도입하려는 것은 금융소비자가 한 해 실제 갚아야 할 원리금을 따져보는 실질 DSR이다.
은행들은 지난 9일부터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실질 DSR’ 정보를 받아 대출 심사 적용 비율, 범위, 방법 등을 조율하고 있다. 신용정보원의 실질 DSR 정보 제공으로 은행들은 대출신청자가 은행, 저축은행, 캐피털 등 모든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실질 DSR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은행 영업점에서 개인신용정보 활용동의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은행은 신용정보원에 대출 신청인의 금융권 대출 정보를 신청한다.
만약 연 소득 5000만 원인 대출 신청인이 기존에 은행, 카드사, 캐피털 등 3개 금융회사에서 원금 2500만 원과 이자 500만 원을 갚아야 한다면 실질 DSR는 66%이다. 해당 은행이 실질 DSR 상한선을 70%로 정했을 경우 추가 대출 가능 금액은 200만 원이다. 표준 DSR와 함께 적용할 경우 아예 대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기존 DTI 방식에서는 대출 신청인이 앞으로 1년 동안 갚아야 할 이자 500만 원만 감안하기 때문에 추가 대출액은 확 늘어난다.
은행들은 실질 DSR 적용 초기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원회는 DSR와 적용 범위를 은행 자율에 맡겼지만 80% 초과 시 부실 위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의 실질 DSR는 70~80% 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DSR가 높으면 연간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원리금 상환 금액이 많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질 DSR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표준 DSR와 혼합해서 사용할 경우 각각의 비율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등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거치식 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만 실질 DSR에 포함되는 등 허점들도 있는 만큼 세밀한 보완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