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과 홍콩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이 5일(현지시간) 개막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의 개헌안 부결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강경 발언 등 해외 악재가 터지면서 선강퉁은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고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거래 첫날 해외 투자자들은 홍콩을 통해 선전증시에 27억1000만 위안(약 4624억 원)을 투자했다. 홍콩증시로 유입된 본토 투자자 자금은 8억5000만 위안을 기록해 각각 일일 쿼터의 21%, 8%에 그쳤다.
선전증시 벤치마크인 선전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8%, 홍콩 항셍지수는 0.26% 각각 하락했다.
해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선강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WSJ는 전했다. 전날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부결되자 마테오 렌치 총리가 바로 사임을 발표했다. 가뜩이나 취약한 재정에 시달리던 현지 은행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정부 지원이 늦춰지면서 연쇄 부도를 맞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지난 1979년 이후 37년 만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회담해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전날은 트위터에 중국의 환율 정책과 남중국해 군사시설 건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우리의 제품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며 남중국해에 복합 군사시설을 설치하는 데 미국의 양해를 구한 적이 있느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쐈다.
류스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지난 주말 “돈을 빌려서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야만적이고 ‘산업강도(Industrial Robbery)짓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한 것도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여전히 선강퉁과 2년 전 시작한 후강퉁(상하이와 홍콩증시 교차거래)을 합치면 해외투자자들은 시가총액 기준 80%에 달하는 중국 본토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또 MSCI 등 글로벌 증시 벤치마크에 본토주식이 편입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한 선강퉁으로 글로벌 투자자는 선전에 상장한 881개 종목을 거래할 수도 있다. 홍콩증시에서도 일부 중소형주가 본토 투자자들에게 개방됐다.
전문가들은 선전증시는 은행이나 석유회사와 같이 역동적이지 않은 국영기업이 지배하는 상하이증시와 달리 성장성이 높고 활기에 찬 민간기업이 대거 상장해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봤다. 올드뮤추얼글로벌인베스터스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 주식 대표는 “투자자들이 좋아했지만 이전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기업들이 선전에는 분명히 있다”며 “일부 기관투자자가 선전증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HSBC홀딩스는 “선강퉁과 후강통 등 중국 자본 자유화 진전으로 본토주식이 MSCI지수에 편입되면 중장기적으로 5000억 달러 자금이 해외에서 중국으로 유입된다”며 “중국 시총에서 외국인 비중도 현재 1%에서 10%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증시 투자자의 80%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해 변동성이 크고 정보공개와 기업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