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류 금지령’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을 주 무대로 성장 가치를 올리던 엔터 상장사들이 침체에 빠졌다. 매니지먼트부문의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CJ E&M, NEW 등은 4분기 영화 흥행지표에 따라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형’, ‘마스터’, ‘판도라’ 등 4분기 흥행 예정작의 투자 배급을 맡은 CJ E&M과 NEW, 쇼박스 등이 부진했던 영화부문 실적 개선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겨울방학 영화라인업은 할리우드 대작 보다는 국내의 굵직한 ‘텐트 폴 영화(Tent Pole Movie)’들이 즐비하다. 이에 과거 흥행 영화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4분기 개봉 예정 영화의 상업적 분석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4일 개봉한 ‘형’은 개봉일 13만6873명을 동원하며 ‘신비한 동물사전’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이번 주말에는 64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CJ E&M 주가는 지난 24일, 대내외 악재에 장중 5만63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쓰기도 했지만, ‘형’ 개봉 직후인 25일에는 전일 대비 3.19% 오른 5만8300원으로 주가가 반등했다.
12월 개봉을 앞둔 ‘마스터’도 CJ E&M의 성장 모멘텀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 영화는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 명)’, ‘내부자들(707만 명)’의 배우 이병헌과 지난해 ‘검은 사제들(544만 명)’, ‘검사외전(970만 명)’의 연속 흥행에 성공한 강동원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CJ E&M 영화부문은 전통적인 영화 성수기인 3분기, 70억 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최근 영화 제작사 JK필름을 인수한 만큼, 기획 개발 및 제작 강화를 통해 국내 라인업을 정비하고, 해외 영화 제작을 늘릴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NEW는 11월 개봉을 앞둔 차태현ㆍ김유정 주연의 ‘사랑하기 때문에’, 12월 개봉하는 김남길ㆍ김명민 주연의 ‘판도라’, 조인성ㆍ정우성의 ‘더킹’ 등 흥행 기대작이 대기하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우연한 사고로 사랑의 메신저가 된 한 남자가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몸 속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코미디 장르에서 흥행성을 보장 받은 차태현과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유정이 출연한다.
‘판도라’는 원전 폭발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세월호 사고’에 이은 ‘최순실 사태’로 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한 시점에서 이러한 소재는 더욱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더킹’은 ‘관상(913만 명)’의 한재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조인성과 정우성이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아수라’와 비슷한 다소 식상한 소재인 점으로 볼 때 화려한 캐스팅에도 탄탄하지 못한 시나리오라면 흥행에 실패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올해 국내 영화시장은 개봉 편수가 전년 대비 31% 증가했지만, 관객은 늘지 않았다. 중국의 규제 관련 변동성 속에서 해외사업의 지속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한국영화 투자 배급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시장 수익성에 위협적인 요인이다.
결국 이들 상장사 주가 상승의 기본적 변수는 이익 증가에 있다. 흥행작은 모객 수의 증가를 통해 수익이 보장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최용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영화의 흥행에는 시나리오, 감독ㆍ캐스팅, 시대배경, 개봉시기, 장르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된다”며 “영화라는 상품의 특성상 수익을 예측하기 힘들고 수치화하기 쉽지 않지만, 역대 흥행작을 기준으로 드라마 장르, 순수창작 시나리오, 현대극, 감독ㆍ캐스팅이 좋은 영화 등이 상위권에 위치해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