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미 완성형이다. 이웅렬 회장이 지주사 ㈜코오롱을 통해 핵심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가 경영 수업을 착실히 받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 상무보가 실질적으로 그룹 전반을 장악하기 위한 지분 이전은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오롱그룹의 사업 및 체재 개편과 맞물리는 경영승계 과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주목된다.
◇이웅렬 회장 중심 안정적인 지배구조 = 코오롱그룹은 이웅렬 회장이 지주사 ㈜코오롱을 지배하고 있고 ㈜코오롱이 코오롱인더스트리(32.2%)와 코오롱생명과학(20.3%), 코오롱글로벌(62.3%)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이웅렬 회장은 3분기 말 기준 ㈜코오롱 지분 47.38%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하면 총 50.45%를 보유하고 있다. ‘이웅렬 회장→ ㈜코오롱→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패션머티리얼ㆍ코오롱플라스틱’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는 코오롱 지배구조의 핵심 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편입기준으로 10월 말 현재 코오롱그룹은 국내 39개와 해외법인 23개 등 총 6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상장사는 ㈜코오롱,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플라스틱, 코오롱패션머티리얼, 코오롱생명과학 등 6개다.
◇이원만 선대회장의 ‘개명상사’ 모태로 성장 = 코오롱그룹은 1954년 창업주 이원만 선대회장이 세운 ‘개명상사’를 모태로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 선대회장은 1951년 일본에서 나일론 원사를 수출하는 ‘삼경물산’을 차려 모은 종잣돈으로 한국에 나일론 무역업체 ‘개명상사’를 설립했다. 이후 이 선대회장은 1957년 대구에 ‘한국나일롱’을 설립해 직접 나일론을 생산했고, 1960년 코오롱건설의 전신인 협화실업을 세워 사업 영역을 넓혔다. 사세를 키우던 코오롱은 외환위기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코오롱전자, 코오롱메트생명보험 등의 계열사를 매각하고 일부는 합병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를 재정비했다.
지주사 체제의 지배구조를 완성한 코오롱그룹은 현재 석유화학ㆍ패션ㆍ제약ㆍ건설ㆍ금융ㆍ수입차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 실질적인 축은 섬유화학과 건설부문이다. 우선 섬유화학의 대표 주자는 코오롱인더스트리다. 산업자재부문, 화학부분, 필름전자재료부문, 패션부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자재부문은 타이어코드(타이어의 원형을 유지해주는 보강소재)가 주력 제품으로 실적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4조856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2805억 원, 당기순손실 1451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화학과 산업자재부문이 이익을 창출하면, 필름과 의류소재부문이 이를 상쇄시키면서 실적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은 건설부분의 코오롱글로벌이다. 건설부문 실적은 주택사업 호조에 힘입어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2조7279억 원의 수주 실적을 거둔 코오롱글로벌은 9월 말 기준으로 신규수주 2조 원을 돌파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 악재 극복이 급선무 =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대내외적인 악재로 몸살을 앓았다. 우선 지난 6년간 미국 듀폰사와 진행한 아라미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가장 치명적이다. 소송은 코오롱이 듀폰 직원이었던 마이클 미첼을 컨설턴트로 채용하면서 시작됐다. 듀폰은 지난 2009년 미국 버지니아주 법원에 ‘아라미드 섬유의 제조에 관한 영업 비밀 149건을 침해당했다’며 코오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양 사가 영업비밀 관련 민사 소송과 미 검찰 및 법무부 형사과가 제기한 형사 소송을 모두 끝내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아라미드 소재제품인 헤라크론 개발과 관련한 법적 다툼은 마무리됐다. 코오롱은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총 2억7500만 달러를 듀폰에 지불하기로 합의하고 형사소송과 관련해 미 검찰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모의혐의에 대해 벌금 85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으며 코오롱은 듀폰이 자사 ‘케블라’ 아라미드 섬유를 베꼈다고 지목한 ‘헤라크론’ 섬유를 생산ㆍ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거액의 합의금와 벌금은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해 영업이익 2805억 원을 기록하고도, 당기순손실이 1451억 원 적자전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0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743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난해 자기자본의 3.78%에 해당하는 규모로, 2013년 코오롱글로벌이 393억 원의 추징금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추징금이 듀폰과 벌인 소송 합의 과정에서 발생한 합의금과 벌금의 회계처리와 관련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