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홍승균(32세) 씨는 최근 피아트의 ‘500C’ 라이트 그린(일명 민트색) 색상의 자동차를 구매했다. 당초 대형 SUV나 세단을 구매하려던 그는 우연히 도로 위에 서 있는 민트색의 피아트 500C를 본 순간,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타 볼 수 있겠어’라는 생각에 홀린 듯이 구매를 결정했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파스텔톤 색상의 작은 컨버터블 모델이지만, 흔하지 않은 자동차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것. 그는 “도로에서 민트색 피아트 500C를 우연히 만날 때마다 서로 비상등을 켜 반가움을 표시하는데, 대부분의 운전자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다”고 말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는 ‘#남자라면_핑크’라는 해시태그가 눈에 띄게 올라온다. 과거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이라는 공식이 오랫동안 고정관념으로 박히며 색상 선택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패션업계뿐 아니라 IT, 자동차 등 제조산업에서도 성별에 따른 색의 구분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6S 로즈골드’의 돌풍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무채색 계열에 금색 계열만 추가했던 애플이 일명 소녀 감성의 분홍장미(로즈 골드)색 핑크폰을 출시한다는 소식에 출시 전부터 여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막상 출시 후 뚜껑을 열어보니 남성들에게서 오히려 인기가 더 많았다. 미국 IT매체 엔가젯은 “여성적인 컬러로 여겨졌던 아이폰6S 로즈골드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남성에게 많은 인기가 있었다”면서 “남성이 사용해도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스텔 컬러를 스스럼없이 즐기는 남성들이 늘며 남성용 골드용품에도 핑크색이 사용됐다. 세계 랭킹 4위 골퍼 버바 왓슨은 대표적인 핑크 마니아다. 그는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서 핫핑크 드라이버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그가 사용한 드라이버와 동일한 핑(PING)의 한정판 ‘G30 핑크 드라이버’는 국내 100점이 수입돼 완판 기록을 세웠다. 또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입차 브랜드를 위주로 핑크색 한정판 자동차가 출시된 적이 있다. 혹은 남자들의 자동차로 불리는 사륜구동 지프차 ‘허머’를 핑크색이나 파스텔 톤 컬러로 튜닝을 하는 등 남성들의 색상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있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핑크색 혹은 민트색과 같은 파스텔 톤 속옷이나 셔츠가 대중화되는 등 의류산업에서는 이미 성에 대한 경계가 무너졌다”면서 “이 같은 트렌드는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와 같은 고가 제품의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