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오전 7시 20분경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방화 방면으로 운행하던 열차에서 내리던 김모(36) 씨가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승강장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5월 2호선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 지 다섯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또 일어난 것이다. 올 들어서만 3번째 사망 사고다.
서울지하철은 고장과 운행 지연 등의 작은 사고도 빈번하다. 지난해 스크린도어 고장은 5∼8호선에서 272건, 1∼4호선에서는 무려 2716건 발생했다. 서울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안전대책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 있어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잦은 스크린도어 오작동에도 이득 챙기기 바쁜 노조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9일 오전 9시께 시청에서 내년도 예산안검토회의를 주재하다 5호선 스크린도어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관련 일정을 중단한 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박 시장은 사고 현장에 도착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지하철의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는 한두 번이 아니다. 2013년 이후 승객과 스크린도어 작업자 등 무려 7명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 이후 지하철 1~8호선 245개 역에 대한 스크린도어 전수조사까지 벌였지만 이번 참사를 막지 못했다.
2005년 설치된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는 현재 서울지하철역 가운데 유일하게 지하철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연동돼 있지 않다. 노후돼 사고가 나기 전에도 수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곳이었지만, 시설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스크린도어 오작동 문제는 김포공항역에 국한하지 않는다. 서울시가 6월 20일부터 7월 22일까지 서울 307개 지하철역의 스크린도어 6만4508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101개 역의 스크린도어가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지하철 1~9호선의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1만4502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8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맡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이에 시민들의 불편함과 불안감은 뒤로한 채 노조가 이득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원성이 높은 상황이다.
◇결국은 노후된 시설… 정부-서울시 교체 예산 핑퐁게임 =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만 제때 수리했어도 이번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74년 청량리에 지하철 1호선이 첫 개통된 후 42년이 지난 서울지하철은 시설이 노후돼 교체가 시급하다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됐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예산 핑계와 책임 미루기로 부품의 교환, 시설 교체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영일(국민의당)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전동차 1954대 중 1184대(61%)가 20년을 초과했다. 25년 초과는 268대로 14%에 달한다. 특히 1호선은 25년 초과 전동차가 40%에 이른다. 전동차는 원래 내구연한이 25년이지만, 노후 전동차 교체 비용 부족으로 2014년부터 ‘철도안전법’에 있는 내구연한 조항이 폐지된 상태다.
서울메트로는 3조568억 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조2540억 원의 부채에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가 계속 누적돼 서울시와 정부의 도움 없이는 시설 투자가 힘들다며 방관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후시설 재투자에 최소 2조 원, 많게는 4조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하면서 국비의 지원 없이는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는 노조가 적자·방만 경영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노후 전동차 교체는 운영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결국 불안함과 불편함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