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기요금 ‘폭탄’의 주범으로 지목된 주택용 전기 누진제가 개편돼 전기료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인지와 산업용 전기료 인상 여부, 원가연동제 도입 등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산업용과 상업용 전기요금 개편은 그대로 두고 주택용 전기요금만 깎을 경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당정 전기요금 태스크포스(TF)는 15일 ‘전기요금 당정TF-전기요금 개혁본부 연석회의’를 통해 현행 누진제를 3단계, 3배율 이내 수준으로 완화하는 새 전기요금 체계를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투명하게 원가가 공개되고 누진 단계와 배수는 대폭 축소돼야 한다”며 “다음 달 1일까지 요금 누진체계가 발표되지 못하더라도 요금은 (새 개편안으로 12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단계나 배율이 세부적으로 얼마나 조정될지가 관심사다.
2004년 개정한 현행 누진제는 누진단계가 6단계, 누진율은 11.7배다. 이는 미국(2단계, 1.1배), 일본(3단계, 1.4배), 중국(3단계, 1.5배), 인도(3단계, 1.7배) 등 누진제를 채택한 다른 국가들보다 가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TF는 이와 같은 누진제 체계를 ‘3단계-3배 이하’로 개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태희 산업부 차관은 “주택용 누진제에 대한 것이 (논의의) 주된 관심사였다”며 “3단계라고 했지만 각 안별로 단계나 배율이 다 다르며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산업용 전기료 인상은 논의되지 않았다. 당초 검토됐던 원가연동제(연료비연동제)도 거론되지 않았다. 원가연동제는 발전소 원료로 쓰이는 석탄, 석유 등의 가격이 떨어지면 전기요금도 내리고, 반대의 경우 요금을 올리는 것이다.
당정 TF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정부는 전기요금 원가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안이지만, 실제 TF에서도 이견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누진제를 완화할 경우 가구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누진제 단계를 축소하면 상대적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은 유리하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가정은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 중산층 이상 가구에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주택용 전력 수요의 계절별 가격탄력성 추정을 통한 누진요금제 효과 검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 하위 20%인 소득 1분위 가구는 누진제가 적용되는 구간 가격이 바뀔 때 냉방 수요가 33% 남짓 감소한다. 반면, 가구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냉방 수요를 오히려 0.9% 늘렸다.
환경운동연합은 “전기요금과 전기소비의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용과 상업용 전기요금 개편에 있는데, 이건 그대로 놓아둔 채 주택용 전기요금만 조금씩 깎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운동연합은 “주택용 누진제 문제는 누진배율이 너무 벌어져 있고, 상업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각 가정에만 부담을 지우느냐 하는 형평성 논란이 본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