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전문가들은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해 중립적이었다고 진단하면서, 트럼프 정책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만큼,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도 소폭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이 영향으로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금통위 이후 금리 상승 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11일 한국은행은 11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소수의견 없는 만장일치였다. 금통위는 국내 경기 하방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하면서도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정책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0월 “내수는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개선움직임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통방문구는 “내수는 개선움직임이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로 바뀌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여파와 현대ㆍ기아차 파업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데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공백도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컸다. 이주열 총재는 “국내외적으로 예상치 못한 불안요인이 발생하면서 그에 따라 국내외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 또한 높아졌다”며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국내 경제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지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 외국인 자금 흐음, 환율 움직임을 고려 시 통화정책에 신중해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동시에 내년도 금리 인하 기대감도 낮아졌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향후에도 동결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실효 하한에 근접해 통화정책 여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금통위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향후 한국 경제 하향위험이 불거질수록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살아날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미국이 올해 12월에도 금리를 올리고 난 이후 상반기 인상기대까지 가져갈 경우 한은의 정책대응은 더욱 고민스러울 것”이라며 금리 동결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약세로 출발했던 채권시장은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한 후 약세를 더욱 공고히 했다. 특히 장기물의 금리 상승폭이 컸다. 이날 국채 10년물은 전일대비 11.9bp 오른 1.983%까지 치솟았고, 20년물 9.9bp, 30년물은 9.6bp씩 상승해 각각 2.027%와 2.046%로 장을 마쳤다. 20년물과 30년물 금리가 2%를 넘은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채권 약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를 통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부분 사라졌다”며 “여기에 국내에서도 대응 여력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전망에 더해져 장기물 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