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앞으로 4년을 결정지을 운명의 날이 밝았다. 미국에서 8일(현지시간) 제45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개막한 가운데 증시가 어디로 향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하면= CMC마켓의 마가렛 양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이미 클린턴의 승리를 반영하고 있다”며 “당선되면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스는 뉴욕증시 S&P500지수가 최대 3%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정책 지속성과 예측가능성 전망으로 초기에 시장은 안도감 랠리를 나타낼 것”이라며 “다만 자본세 세제 혜택 축소 등 클린턴의 공약은 주식 등 일부 위험자산에 안 좋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과 의약 관련주는 클린턴 당선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민주당이 대선은 물론 상·하원 의원을 뽑는 총선마저 휩쓴다면 은행들에 가장 힘든 결과가 될 것”이라며 “규제 강화와 세제 변화 등으로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 은행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업체들이 받는 수수료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재너스캐피털와 와델&리드파이낸셜 등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그동안 제약업체의 약품 가격 인상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 왔다. 씨티그룹은 지난 9월 미국 대선 리스크를 이유로 유럽 헬스케어업종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제시했다.
HCA홀딩스와 유니버셜헬스서비스 등 병원 운영업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안인 오바마케어 지속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클린턴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선런과 넥스트에라에너지 등 그린에너지 관련 기업 전망도 밝은 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 시= 마가렛 양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은 이미 매우 높은 상태여서 트럼프의 당선은 대규모 매도세를 촉발할 것”이라며 “많은 투자자는 이를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이 벌어지는 것)’ 이벤트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보다 더욱 심각한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6월 말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S&P지수는 2거래일간 5.3% 급락했다.
바클레이스는 트럼프가 승리하면 S&P가 최대 13%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은 5% 이상의 급락을 내다보고 있다.
존 노먼드 JP모건 외환ㆍ상품ㆍ국제 채권 리서치 대표는 “트럼프 당선의 장기적 영향을 판단하기는 더욱 어렵다”며 “그가 내건 공약의 일부(무역, 이민)는 비전통적이며 다른 부문(재정)은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블랙록은 제약과 보험, 금융업종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꼽았다. 그러나 이들 업종도 여전히 트럼프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오바마케어를 당장 폐지하고 복제약 수입을 허용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제약업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씨티그룹은 글로벌증시 가운데 특히 일본은 엔화 강세로 주가가 최대 10%까지 폭락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