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출범하는 통합 KB증권 새 수장은 전병조, 윤경은 투톱 체제다. 하반기 금융투자업계 고위직 최대 이슈인 통합 KB증권 대표는 기존 양 사 최고경영자들이 당분간 바통을 나란히 물려받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KB금융지주가 초기 조직의 안정성에 방점을 맞추기 위해 누구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 양 사 대표를 등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KB금융은 대표이사 후보 추천을 위한 이사회를 열고 전병조ㆍ윤경은 공동 대표를 신임 대표 후보로 추천했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안건을 의결했다.
애초 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가 외부 전문가를 물색해 통합 CEO로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국 KB금융지주에선 통합 시점이 임박한 양 사의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기존 두 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윤 회장이 외부 전문가를 추천받는다는 설이 돌았고 실제로 전직 금융기관 CEO들도 통합 CEO 자리를 많이 노린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최순실 사태 등과 맞물려 금융권 고위직 인사에 대한 추천에 괜한 구설수가 낄 수 있고, 케미가 틀린 양 사의 통합을 위해선 누구보다 조직을 잘 아는 기존 CEO가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공동 대표로 선임된 두 최고경영자의 정치적 배경(?)에도 주목하는 모습이다.
실제 1964년생인 전 대표는 관료출신 IB(투자은행)전문가로 행시 29회 출신이다. 전 대표는 행시 28회 출신인 진웅섭 금감원장과 막역한 선후배 사이인 데다 서태종 수석 부원장과도 행시 동기로 엮인다. 그는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서기관을 지냈고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 공직 생활을 두루 거쳤다. 2008년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로 금투업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2012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IB부문 전무, IB부문 부사장 등을 거쳐 2013년 KB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 역시 내공이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한국외대를 졸업한 윤 대표는 1987년 제랄드 한국지사, 굿모닝신한증권 국제영업, 파생상품영업본부장과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거쳐 2011년 솔로몬투자증권(현 메리츠종금증권) 대표를 지냈다. 이후 2012년 현대증권 부사장으로 둥지를 옮겨 같은 해 당시 김신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이듬해 5월 단독 대표에 올랐다.
윤 대표는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과거 굿모닝신한증권 대표를 역임하던 시절 요직을 거치며 상당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 사이로도 잘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은 올 초 윤 대표의 외아들 혼인에 주례를 섰을 정도로 매우 각별하다”며 “국책은행 최대 수장과 막역한 사이인 윤 대표를 KB금융지주 측에서도 쉽게 보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그의 행보엔 지난해 보류된 금융당국의 자본시장법(대주주 신용공여 금지)을 위반한 중징계안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유사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이상준 골든브릿지 회장이 2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현대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안도 대법원 판결 이후로 보류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