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엔터 상장사들이 인구 7억 명의 동남아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일부 연예인에 국한된 현지 한류 시장이 에스엠(SM),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등에 의해 재편되려는 모양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촉발된 중국 내 ‘사드 리스크’ 이후 엔터 상장사들이 제3의 시장으로 아세안(ASEAN)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시장이 캐시카우(Cash Cow)로 존재하지만,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증권업계는 동남아 시장이 2000년 이후 세계 경제를 주도한 중국에 이어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세안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AEC(아세안경제공동체)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내수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터 상장사 업계가 동남아에서 주목하고 있는 곳은 태국 시장이다. SM엔터는 이미 태국 최대 미디어 기업 True(트루)컴퍼니와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콘서트 및 홍보 마케팅을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이수만 회장이 지난 2월 신인 그룹 NCT(엔시티) 발표회에서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와 라틴아메리카를 겨냥한 팀이 만들어질 것이라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재홍 SM IR팀장은 “TRUE컴퍼니는 태국 현지에서 삼성 같은 곳”이라며 “이러한 파트너십 체결은 홍보 마케팅 면에서 유리하다. 일본 진출 시 협력한 에이백스와 같은 개념이다. 시장 영향력 있는 회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YG엔터도 빅뱅 등 대표 아티스트의 동남아 공연 스케줄을 진행하며 잠재적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에 젊은 세대가 많아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유가증권시장의 IHQ 역시 지난해 합병 후 YTN미디어, KBSN미디어를 통해 타임블락(일정시간) 형식으로 싱가폴 등에 자사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비상장 기업 이루기획의 두드러진 성과도 이러한 움직임을 부추겼다. 이루기획에 따르면 소속 가수 이루는 매년 최대 2만여 명의 모객이 보장된 콘서트를 열고 있으며, 현지 레젤 그룹 홍보모델과 롯데면세점 모델, 제주도 홍보대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최용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이은 제2의 시장은 경제 성장률이나 현지 인식으로 볼 때 태국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동남아 시장은 조만간 크게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시장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고, 현지 시장 환경이 산업으로 크기엔 아직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지 진출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동남아 시장이 성숙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구도 많고 한류에 대한 수요도 급상승한 상황이어서 할 만한 사업은 많지만 중국, 일본과 비교해 위험성이 커 M&A 및 파트너십을 통한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경제 수준도 발목을 잡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내 아티스트 A의 콘서트가 한 번 진행되면 두 번째로 공연하는 B가수의 경우 모객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팬들이 한류 공연을 한 번 보기 위해 장기간 티켓 값을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세안은 선진국이나 중국에 비해 여전히 경제 규모가 작고, 외부 자본의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이나 불확실성 확대에 쉽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에는 일부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 부패스캔들 등이 더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