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머니는 태국 국민의 ‘정신적 지주’였던 푸미폰 국왕의 별세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태국 경제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푸미폰 국왕은 70년간 왕위에 있으면서 세계 최장수 재위 기록을 갖고 있었으며 재위 기간 19차례의 쿠데타가 일어난 혼란한 정치 상황에서도 중심을 지켜왔다. 평생 소외된 빈민과 농민을 찾아다니고 왕실 재정을 풀어 이들을 지원해 그 어느 군주보다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푸미폰 국왕 서거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반대파 사이의 갈등으로 분열된 태국이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부는 지난 2014년 5월 쿠데타를 통해 친나왓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까지 축출하고 실권을 잡았다. 그러나 가난한 농민을 중심으로 북부에서는 친나왓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 부유한 도시민이 많은 방콕 등 남부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 10년간 태국 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3%로 동남아시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8%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푸미폰 국왕마저 사망해 정국이 혼란스러워지면 중심 산업인 관광산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 관광산업은 태국 GDP의 10% 비중을 차지하며 관련 일자리는 540만 개에 이른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국왕의 존재는 태국을 하나로 묶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가 없었다면 태국은 지난 10년간 수 차례나 내전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태국의 정치상황이 좀 더 분명해지기 전까지 중기적 경제 전망에 낙관적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 태국증시 SET지수는 국왕 서거 불안에 이날까지 5% 하락했으며 바트화 가치도 미국 달러화에 대해 2% 떨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미폰 국왕 추모 분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단기적으로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태국 정부가 국민의 애도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왕위를 이을 와치라롱껀 왕세자가 부왕과 달리 잦은 이혼과 각종 기행으로 국민의 불신을 받는 것도 정국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쁘라윳 찬-차 태국 총리는 “푸미폰 국왕은 지난 1972년 12월 이미 후계자를 지명했다”며 와치라롱껀 왕세자가 뒤를 이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