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단종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과 라이벌인 애플의 생태계도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갤럭시노트7 파문에 애플과 애플 부품공급업체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가 보도했다.
애플 주가는 삼성이 첫 리콜을 발표한 지난 9월 초 이후 10% 가까이 상승했다. 이날도 장중 2% 가까이 올랐다가 최근 상승세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유입으로 0.2% 상승으로 마감했다. 일본증시에서 애플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무라타제작소와 알프스전기 주가도 9월 이후 크게 올랐다. 무라타제작소 주가는 한달간 13% 뛰었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8% 급락해 시가총액 10조 원이 증발했다. 한국 내 삼성 부품공급업체 주가도 최근 약세에 허덕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아이폰7 출시 당시 첫 일주일간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는 이전 애플의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기 때문. 애플은 이미 선주문만으로도 재고가 다 팔렸기 때문에 발표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전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는 아이폰7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매우 낮았으나 갤럭시노트7 파문으로 기사회생한 셈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지난 3분기에 아이폰을 4500만 대 판매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년 전의 4800만 대에서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주새 일부 애널리스트는 갤럭시노트7 사태에 아이폰7 수요가 늘었을 것이라며 판매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안젤로 지노 CFRA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삼성 이슈는 향후 새 스마트폰 출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에 애플 아이폰 판매는 내년에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에도 기회가 갈 것으로 내다봤다. 갤럭시노트7에 좌절한 사용자들이 운영체제가 완전히 다른 아이폰 대신 소니나 LG, 화웨이, 샤오미 등 안드로이드폰을 채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글 최신 스마트폰 픽셀폰을 생산하는 HTC도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삼성은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새 갤럭시S8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삼성폰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이때까지 기다릴 것이기 때문에 삼성은 이번 4분기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도 삼성은 갤럭시노트7의 이탈로 연말 쇼핑시즌에 대형 화면 스마트폰 라인업이 부족해졌다며 이를 대체할 후보로 아이폰7플러스와 구글의 새 픽셀폰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용자가 연말 쇼핑시즌에 자신의 폰을 업그레이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이 그 공백을 채울 길이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코드웰 애틀랜틱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화면 부문에서 경쟁이 완화하고 아이폰7플러스는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픽셀도 갑자기 고가시장에서 경쟁이 줄어드는 혜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