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전년보다 2개월 빨리 연말 사장단 인사의 포문을 열자, 삼성과 LG, SK, 롯데 등 주요 그룹들도 조기 인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의 스마트폰 발화와 LG의 스마트폰 부진, 롯데의 검찰 수사 등 올해는 재계 곳곳에 악재가 많아 대대적인 조기 인사가 예고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연말인사를 앞두고 본격적인 임원 실적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예년보다 시기를 앞당겨 지난달부터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고위 임원에 대한 실적 평가에 착수했다.
특히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 IM부문과 삼성SDI는 최고조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갤럭시노트7 교환품에 대해 글로벌 판매와 교환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리콜에 이어 재판매에 돌입한 지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오는 27일 등기임원에 복귀하는 것도 조기 인사를 점치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오너 일가가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8년 만이다.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선언하며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LG그룹 역시 신성장사업 강화를 모색하고 부진사업의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조기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LG는 지난 몇 년간 11월 말 사장단 인사를 고수해 오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과감한 인사조치를 내릴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은 11일 개최한 임원세미나에서 최고경영진 및 임원 300여 명에게 “올해를 두 달 남짓 남긴 지금 각 사별로 계획했던 핵심 과제들이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냉철하게 짚어보고 끝까지 철저하게 실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SK 역시 대규모 사장단인사를 앞당겨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그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SK 최고경영자(CEO)들은 12일부터 2박 3일간 경기도 이천에서 최태원 회장이 주관하는 ‘CEO 세미나’ 개최 이후, 깜짝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대규모 사장단 이동이 없었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검찰 수사로 곤경에 처한 롯데그룹도 조기 인사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부터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사장단 인사를 11월경으로 앞당겨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롯데그룹은 조기 인사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최근 그룹 내홍 사태를 겪으며 계열사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사장단 인사를 앞당겨 분위기 쇄신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난히 재계 전반에 악재가 많았다”며 “분위기를 확 바꾸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조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