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이 지난 4월에 이어 산유량 동결을 다시 한번 모색한다. 하지만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산유량 동결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관측이 제기돼 시장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OPEC 14개국 회원국은 오는 27일 알제리에서 석유시장의 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비공식 회담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OPEC 회원국은 비(非)OPEC 산유국인 러시아와도 비공식 협의를 열 계획이다. 중남미 유일한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이 시장 안정을 위한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해 시장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OPEC이 산유량 동결에 합의한다면 OPEC이 근 2년 만에 처음으로 공급량 조절에 나서는 것이다.
OPEC은 미국 셰일유 등 공급량 급증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지난 4월에 산유량 동결을 모색했다. 그러나 이란의 불참을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동결 협상을 거부하면서 산유량 동결 합의가 무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에 열리는 알제리 회담에서 산유량 동결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전날 알제리 국영 매체인 AP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비공식 회담이 정책 결정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이번 회의에서는 실제 조치를 결정하기 위한 긴급회의 개최 여부만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의 OPEC 관계자도 이번 회의는 오는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공식 회의를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며 산유량 동결 합의 도출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선을 그었다. 이같은 발언은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장에서는 오는 28일 열리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와의 회담에서 산유량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를 만나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한층 더 커지기도 했다.
이번 회동에서 OPEC이 산유량 동결에 합의하더라도 리비아와 이란 나이지리아 등 3개국이 오히려 산유량을 늘리고 있어 합의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은 치안이 현재 안정화되면서 생산을 늘리고 있고 이란은 서방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 산유량을 회복할 것을 목표로 증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석유 컨설팅업체인 알파에너지의 존 홀 회장은 “이들 3개국의 증산분만큼 다른 OPEC 회원국이 감산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OPEC의 리더인 사우디가 앞장을 서야 하겠지만 사우디로서는 지난 2년간 확보한 점유율을 도로 내놓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