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뜬금없이(?) 의료기기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2014년 삼성전자가 갤럭시 제품에 심박센서를 부착해 출시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있었다. 바로 운동량, 심박수, 맥박수를 측정하는 각종 스마트폰 앱, 웨어러블 기기가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제품의 특성상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과 사용목적이 운동·레저용이므로 그 목적이 달라 의료용과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시 전문가 의견과 현실여건을 고려하여 의료용과 운동·레저용 제품을 별도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사건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심(맥)박수계를 의료기기와 구분해서 관리하는 내용으로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고시를 개정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당시 안철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특혜성 고시개정을 감행했다고 지적하면서, 그 논란은 한 동안 지속되기도 하였다.
해당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위 사안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당신이 개발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발 초기부터 검토하여야 한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나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영역의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 제품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의료기기 해당 여부에 관하여는 의료기기법 제2조 및 제3조,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고시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료기기법 제2조는 ‘의료기기’란 사람이나 동물에게 단독 또는 조합하여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제품을 말한다고 하면서, 질병을 진단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나 구조 또는 기능을 검사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등을 각호에서 열거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5. 7. 10. 발표한 ‘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제품 판단기준’을 참조할 수 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개인용 건강 관리제품은 일상적 건강관리용과 만성질환자 자가관리용으로 구분된다.
개인용 건강관리용은 생체현상 측정·분석용(체지방 자가 측정), 신체 기능 향상용(보행교정), 일상건강관리 의료정보 제공용(의료정보나 응급처치방법 등을 안내하는 앱), 운동·레저용(심(맥)박수 모터)으로 구분되고, 만성질환자 자가관리용은 만성질환 현상 관리용(혈압값, 콜레스테롤 값 저장 앱), 만성 질환 의료정보 제공용(영양섭취, 체중조절 등을 안내하는 앱)으로 구분된다. 해당 제품들은 원칙적으로 의료기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물론 이러한 고민을 피하고 싶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 해당 여부 검토를 신청할 수도 있다.
자, 그대는 어떠한가. 기술 및 아이디어 개발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완성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현행 법령 하에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기술인지 고려해 본적 없는 것은 아닌가. 없다면 이미 제품은 나왔는데 예상하지 못한 규제들로 제품을 판매할 수 없더라도 무방한가.
웨어러블(wearable)기기와 의료(醫療)기기. 그 사이의 연결고리는 다름 아닌 의료기기법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 웰니스 wellness :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 정신,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