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산유량 동결에 합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의 산유량 동결 참여에 대한 논쟁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적 측면이나 논리적 차원에서 볼 때 모종의 합의를 찾는 게 옳다”면서 “이에 대해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위해서 올바른 결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4일부터 이틀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를 만나 산유량 동결 계획을 마무리 짓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은 카타르 도하에서 산유량 동결 협상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으나 합의는 불발됐다. OPEC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불참을 이유로 막판에 합의안을 뒤집으면서 협상안이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푸틴은 “당시 러시아는 산유량 동결 합의를 거부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의 증산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상당수의 산유국이 이란에 대해 국제 경제 제재에서 자유로워진 지 수개월밖에 되지 않아 이란의 증산은 용인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푸틴은 “이란은 서방의 경제 제재 때문에 매우 낮은 수준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면서 “제재 수준 당시의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라는 것은 이란에 불공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10% 이상 뛰었다. 오는 26∼28일 알제리에서 열리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비공식 회동에서 산유량 동결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이었다. 이 회의에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도 참석할 예정이다. 국제유가가 최근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년 전 평균 가격의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산유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고 그 결과 경쟁구도가 팽팽하던 원유시장도 협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러시아의 경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은 정부 재정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밑돌면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말 총선과 2018년 대선 전에 재정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는 공정하고 안정적인 국제 에너지 가격 유지에 관심이 있는 원유시장의 모든 산유국이 중요한 결론에 도달하기를 매우 희망한다”면서 “빈 살만 부왕세자는 협상에 있어서 매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며 (산유량 동결과 같은) 합의는 매우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에너지 업체들이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우리의 원유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 산유량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겨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