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특정 지역에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주변의 기존 상권은 어떻게 될까.
경쟁력이 없으면 쇠퇴하고 만다. 같은 조건에서는 덩치가 클수록 고객 흡입력이 강하다.
인구 증가나 소비력을 키울 수 있는 마땅한 시설이 유입되지 않는 한 중소 상가의 살림살이는 나아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일부 특성있는 업종 말고는 대개 작은 상가는 큰 곳에 잡아 먹히는 신세가 된다.
업종이 다르다면 몰라도 경쟁 품목을 잔뜩 담은 대형 유통시설이 생기면 기존의 지역 상권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주변의 집값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가 생기면서 인구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주택수요도 함께 증가한다는 뜻이다.
판교 현대백화점이 개점 1주년 성적을 발표했다. 연매출 7500억원이고 총 누적 방문객은 1500만명이라고 한다. 기존 성남권과 수원 광교를 비롯해 죽전·수지·광주권의 고객도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장 이용률인 높은 고객은 분당·판교 사람들이 아니겠나. 판교를 포함한 분당구 인구가 40여 만명 정도이니 이용 빈도는 대충 감이 잡힐 게다.
그만큼 주변 고객의 흡입력이 강하니 기존의 다른 상권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한 언론에서는 판교 현대백화점 영향으로 주변 상권이 오히려 살아났다고 전했다. KB국민카드 사용량을 조사해보니 올해 들어 7월까지 분당·수정·중원구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분당을 포함한 기존 성남 상권이 호전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현대백화점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판교는 분당구에 속한다.백화점과 경쟁관계가 아닌 판교의 기존 상권은 인구 유입으로 신장세를 보일 수 있으나 다른 지역은 예전보다 장사가 잘 될리 만무하다.
수입이 많아졌다든가 큰 폭의 인구 증가 현상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 상가에서의 씀씀이가 커졌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각 구별이나 동별 카드 사용량을 갖고 진단해야 한다.
대형 상권 유입으로 시너지를 내는 업종은 분명 생긴다. 대명 상권이 수용할 수 없는 업종이나 원룸주택등이 그중 하나다.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젊은 층이 많고 수입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업무가 늦게 끝나 대부분 직장과 가까운 곳에 거처를 두고 싶어 한다. 그래서 월 임대료가 싼 원룸이 큰 호응을 얻게 된다. 안정적인 임대수요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대형 유통시설 근처에는 원룸 촌이나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서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때문이다.
최근 고양 삼송지구나 하남 미사지구 등에 오피스텔이 많이 분양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사지구에는 9월에 연면적 45만9498㎡규모의 신세계 스타필드가 문을 연다. 또 삼송지구에는 신세계·롯데·이케아 등의 대형 유통시설이 계획돼 있다.
특히 하남 미사지구의 신세계 스타필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축구장 13개 크기라는 판교 현대백화점(23만53389㎡)의 약 2배 크기다. 사고 먹고 놀고가 다 되는 시설이니 소소한 지역 상권은 경쟁이 되겠는가.
지역 밀착형 업종이 아니고는 공룡 상권을 대적할 수 없다는 말이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젊은 퇴직자들이 온갖 종류의 자영업에 손을 대보지만 곳곳에 건립되고 있는 대자본의 공룡 상권 때문에 거덜나기 일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 쇼핑공간이 더할 나위없이 편리하니 찾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멀지 않아 동네 상권은 거의 사라지고 대형 유통시설만이 건재하지 않겠나 싶다.
대형 상업시설 부근에서 장사를 하려거든 업종 선택을 정말 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 발굴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부동산도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