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가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과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채권시장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현재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채권 금리가 조만간 상승 수준을 넘어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 채권 금리가 가까운 시일 내에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 수준의 금리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채권 금리는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일단,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미국 장기금리의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초 2.27%에서 현재 1.55%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금리가 바닥권이라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과 수요가 치솟았다는 이야기다. 최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일부 연준 위원들이 고용시장 호조를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상과 미국 경제성장 안정화에 대한 기대는 낮다. 이날 그리스펀 전 의장도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 경제가 저조한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향해 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같은 날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도 채권 시장에 대해 그린스펀 전 의장과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그는 이날 공개된 2분기 주주 서한에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이미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이며, 현재 저금리 상황의 끝은 갑작스럽게, 그리고 엄청난 여파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 금리 등 공격적 통화완화정책을 도입함으로써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채권 규모가 13조 달러가 넘어섰다는 점을 지적하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채권 시장 버블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극단적 자신감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채권 금리 급등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강한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