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0%대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시중자금은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가계 빚만 1200조 원대를 넘어섰다.
최근 경기 상황은 이주열 총재 취임 후 다섯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올 1분기(1~3월)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5% 수준에 불과해 3분기째 0%대 성장률에 갇혀 있다.
이는 자금이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가 심해진 탓이다. 갈 곳을 잃고 떠도는 돈은 단기 부동자금과 기업 유보금으로 쌓이고 있다.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풀렸지만 경기 부진 탓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을 사내에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시중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는 총 2337조4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과 즉시 인출 가능한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ㆍ적금 등은 614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01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단기 부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2014년 하반기부터 100조 원을 넘어서더니 지난달에는 120조 원 후반대를 기록 중이다. MMF는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단기 금리의 등락이 펀드 수익률에 신속하게 반영되는 초단기 상품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잔고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구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위주의 성장으로 금리 인하 효과가 약해진 측면이 있다”며 “게다가 노령화와 경제 불확실성은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억제하고 있는 현상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작용은 커졌다. 가계의 대출금과 카드 사용금액 등을 모두 합친 가계 빚을 지칭하는 가계신용은 2014년 1분기 1022조4000억 원에서 올 1분기 1223조6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뒤늦게 대출 시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며 규제에 나섰지만 최근까지도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 부채 급증세는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충분히 내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이 발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위원은 “통화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조개혁과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동시에 가계부채 분할 상환과 불량 대출자의 차입규제 등 감독당국의 심사 강화 등도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