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궁내청이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 의사가 강하게 표시된 동영상 메시지를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현재 82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이날 공개된 동영상에서 “점차적으로 진행되는 신체의 쇠약을 고려하면 몸과 마음 전부를 바쳐 상징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전 퇴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뜻은 강하게 나타났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일왕 계승 등을 규정한 황실 전범에 ‘생전 퇴위’ 관련 내용이 없어 아키히토 일왕의 뜻을 실현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이날 메시지를 근거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등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궁내청이 이날 오후 3시에 공개한 메시지는 약 10분 분량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노인이 됐을 때 어떤 본연의 자세가 바람직한가 개인적으로 생각해온 것을 말하고 싶다”며 “지난 2003년과 2012년 두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고령에 따른 체력 저하를 자각하게 됐으며 앞으로 기존처럼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곤란하게 되면 어떻게 처신할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일왕은 “일본의 상징으로서 국민 곁에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지 방문 등 공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고령화에 그런 공무와 국사 행위를 축소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일각에서 제시한 부담 경감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어 섭정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일왕이 그 입장에 요구되는 임무를 충분히 완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일왕이 심각한 상태에 빠지면 사회가 정체되고 국민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서거할 경우 장례식 등 행사 부담도 크기 때문에 이런 사태를 피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일왕은 “일본의 상징으로서 일왕의 의무가 항상 끊임없이 안정적으로 이어나가야 함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왕위를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일왕의 ‘생전 퇴위’ 의향이 표면화됐다. 궁내청은 전날 일왕의 메시지를 녹음했다. 일왕이 동영상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