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SK·삼성 등 재계 수장들이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직접 찾았다. ‘대한민국 승리’와 ‘기업 알리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물심양면 지원, ‘금메달’ 명중 =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일찍이 브라질에 도착했다. 정 부회장은 7일(이하 한국시간)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끌어안으며 격려했다. 이어 8일 새벽에는 러시아를 꺾고 대회 8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운 양궁 여자 단체전의 시상자로 나서 의미를 더했다. 정 부회장은 베이징과 런던올림픽 때도 직접 양궁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챙겼다. 현대차그룹이 30년이 넘도록 양궁에 후원해온 금액은 자그마치 4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축구협회장 및 리우올림픽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장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이미 지난달 27일 브라질 현지로 떠났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개막식 하루 전인 5일, C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피지를 8대 0이라는 스코어로 대승을 거뒀다. 또 8일 새벽에는 대회 최강팀 중 하나인 독일과 값진 무승부(3대 3)를 거두는 등 쾌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각별한 애정, 꾸준한 ‘인연’=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등 SK그룹 최고경영진과 임직원들은 7일 ‘승리의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응원복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퓨처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대표팀과 러시아전 예전 1차전에서 최 회장 일행은 2시간 동안 열띤 응원을 펼쳤다. 그러나 대표팀은 30대 25로 아쉽게 역전패했다.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아온 최 회장은 “세계 2위(러시아)와 10위(우리나라)와의 경기였는데 내용은 대등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 SK그룹의 경영철학처럼 2차전, 3차전도 열심히 뛰어 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달라”고 말했다. SK는 핸드볼뿐 아니라 펜싱, 남자 골프, 여자 접영 등 여러 종목을 후원하고 있다.
리우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한 이건희 회장 대신, 둘째 사위인 김재열 사장이 리우올림픽 현지를 찾을 전망이다. 삼성은 빙상과 승마, 육상 등 비인기 종목에 협회 회장사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김상항 전 삼성생명 사장이,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오동진 삼성전자 고문이 맡고 있다.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은 대한체육회 부회장, 국제빙상연맹(ISU) 집행위원과 함께 평창올림픽 조직위 국제담당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도 대한승마협회장이기도 하다. 삼성은 선수단 전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삼성물산 패션부분에서 선수단 정장·단복을 후원하고 있다.
◇후방서 격려… 바쁜 일정 뒤로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한진그룹가 조양호 회장은 브라질 현지를 방문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후방 지원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은 사격 부문 2002년 대한사격연맹회장사를 맡아 15년간 125억 원의 사격발전기금을 지원했다. 현재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가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은 마장마술 개인전에 출전한다. 김 팀장은 한화의 면세점 사업을 챙기는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 일정을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이기도 한 조양호 회장은 탁구계와 인연이 깊다. 조 회장은 2008년 7월 대한탁구협회장 취임해 지금까지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런던올림픽 당시에는 모든 탁구 경기를 참관해 선수들을 독려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항공은 한국 선수단이 입을 의류 수송을 지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5일 인천발 상파울루행 KE061편을 통해 한국 선수단 본단과 코리아하우스에 지급할 38박스 분량의 점퍼를 무상으로 수송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KT스포츠 소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격·하키 선수들과 오찬을 가졌다. 황 회장은 “6만여 KT그룹 임직원 모두가 열성을 다해 우리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