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8·KB금융그룹) 애기다. 리우 올림픽 골프를 앞두고 박인비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박인비가 허리부상과 손가락 인대 손상으로 기량 회복이 안 되고 있다. 56일만에 출전한 대회에서 결국 컷오프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의 경기를 지켜본 일부 팬들은 ‘올림픽도 좋지만 몸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휴식과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는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41·미국)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즈는 허리고장으로 수술까지 한 상태에서 장기간 치료 및 휴식을 취해야하는데 연습을 병행하다가 대회에 나갔다. 이것이 악수(惡手)였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팬들을 의식한 판단 착오는 장기간 대회 결장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한때 세계 프로골프계를 호령하던 우즈를 보면 ‘자신의 몸 상태를 저렇게 관리를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박인비는 우즈에 비해 손상이 약하기는 하지만 스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허리와 손가락 부상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의 경기력을 살펴보면 박인비가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까지 보여줬던 기량과는 엄청난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분명 정상 스윙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완벽하게 완성한 스윙은 망가져 있었다. 드라이버 거리도 줄었고, 아이언 샷을 무뎌졌다. 퍼팅도 엉망이었다. 장기였던 퍼팅은 짧은 거리도 놓치며 3퍼팅도 나왔다.
2라운드 14번홀(파4)에서 이정은5(28·교촌F&D)이 세컨드 샷에서 아이언 잡아 그린에 올렸지만 박인비는 우드를 잡고도 그린에 못 미쳤다. 2~3개월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실전감각의 익히려 출전한 대회에서 실망스런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이다. 스스로 몸 상태가 80% 수준이라면서 대회에 출전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2개월 동안 대회 출전은 하지 않았지만 라운드를 거의 매일 했다는 그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에 앞서 샷 점검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려 나선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보여준 박인비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준비하고 그 동안 했던 과정들의 결과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주에 최종 점검이라는 생각으로 하면서 보완점을 알았고, 국가대표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좋은 경기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100프로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 골프가 항상 잘 될 수는 없지만. 올림픽 자체가 주는 의미 크다. 금메달 따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은 플레이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인비가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컷오프 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리우 올림픽에 대해 밝힌 각오다. 그러면서 리우 올림픽 골프가 열리는 코스가 짧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홀이 짧으면 장타를 날리는 다른 선수에게는 더 쉽다. 더구나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이기에 이번 대회 컷오프는 그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것이 뻔하다.
그는 오는 11일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난다. 현지에서 훈련할 시간은 5일 남짓이다. 코스에서 연습 라운드는 이틀 뿐이다. 올림픽 경기 1라운드까지 남은 11일 동안 박인비가 얼마나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박인비, 자신이 더 잘 알겠지만 당장 은퇴할 것이 아니라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안목이 아닌가 싶다. 손가락 치료가 우선이다. 올림픽 욕심(?)으로 인대 손상이 장기화되면 그린을 떠나야할는지도 모른다. 박인비를 사랑하는 골프팬들은 그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하지만 메달도 중요하지만 그를 그린에서 오래 보길 희망한다. 메달색깔보다는 올림픽 정신으로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