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일자리가 급감할 수도 있다는 영국 정부의 고민을 역이용해 대규모 수주를 따내 주목을 받았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엑소더스’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오히려 영국 현지 사업을 확장하는 등 브렉시트 여파를 역이용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보잉은 지난 11일 영국에서 열린 판보로국제에어쇼에서 영국 내에서 2000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현지 연구소 운영 규모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은 이미 지난 5년간 영국 내 인력을 약 2000명으로 배 이상 늘린 상태다. 이번에 추가로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하면서 보잉은 영국 내 총 4000명의 인력을 거느리게 됐다. 브렉시트 여파로 다국적 기업들이 역내 이탈을 고려하는 가운데 보잉이 오히려 기존 인력을 두 배 늘리기로 한 셈이다. 이처럼 보잉이 대규모 일자라 창출 공약을 내건 것은 영국 정부를 상대로 빅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군은 이번에 보잉으로부터 새 정찰기 ‘포세이돈 P-8A’ 9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보잉은 스코틀랜드 로시머스 영국 기지에 1억 파운드 상당의 교육과 지원 시설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영국의 해상초계 역량 강화 프로젝트의 하나다. 영국 정부는 구체적인 계약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정찰기 9대와 관련 인프라 및 교육비용 등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30억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CNN머니는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잉이 영국 육군에 공격헬리콥터 아파치 50대를 17억 파운드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신 보잉은 해상초계기와 공격헬기 등에서 총 47억 파운드(약 7조원)의 계약을 따냈다. 현재 보잉 유럽 매출의 30%는 영국이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잉이 대규모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브렉시트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말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역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려는 기업을 붙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영국 현지에서 1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어 영국 고용시장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우리가 단지 투자에만 열려 있는 것이 아니다. 영국은 글로벌 방위산업 기업들이 사업하고자 하는 곳이기도 하다”며 “보잉과 영국의 장기 파트너십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