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봉제공장’ 방글라데시가 테러 충격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20명의 희생자를 낸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으로 해외 자본을 발판삼아 경제 성장을 일궈온 방글라데시의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방글라데시는 인구 1억6000만 명(세계 8위 규모)의 풍부한 노동력과 저임금을 무기로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봉제거점으로 성장했다. 자라와 유니클로, H&M, 월마트스토어, GAP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현지에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현지 의류업 종사자만 400만 명에 이르는 등 의류업은 방글라데시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1억6000만 명 중 4분의 1가량이 빈곤층이지만 의류산업 덕분에 방글라데시의 경제 성장률은 작년까지 6년 연속 6%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한 방글라데시는 어학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풍부해 IT산업 진흥에도 주력, 이에 주목한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말 수도 다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미국 광고기업 오길비앤매더는 인도 필리핀 등과 더불어 방글라데시를 급성장이 기대되는 12개국 중 하나로 꼽았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방글라데시의 저소득 국가 졸업을 인정했다.
그러나 테러 등 치안 불안으로 방글라데시의 성장가도에 적신호가 커졌다. 방글라데시중앙은행의 한 고위 간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지난해 초 야당이 대규모 총파업을 감행했을 때 최대 수출산업인 봉제업에서 해외 바이어 방문이 끊기기도 했다”며 이번 테러 영향을 우려했다.
이번에 테러가 발생한 곳은 경비가 삼엄한 외국 외교공관이 밀집한 거리. 이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치안 대책에 대한 신뢰를 크게 약화시켰고, 외국 기업의 현지 진출 열기에도 찬물을 부었다는 평가다.
현지에서는 지난해부터 IS계 조직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테러가 잇따랐다. 가뜩이나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아와미연맹(AL)과 최대 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의 극한 대립이 정치 불안을 초래한 상황에서 IS가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킨 것이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달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1만1000명을 구속했지만 적발된 사람 대부분이 무장세력과는 무관한 야당 정치인들이었고 이번 테러범 중 5명이 체포 명단에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 테러를 허용했다. 이에 정쟁에 얽매여 진정한 치안 대책을 펼치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