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스크램블 톡] 네이버 라인과 롯데의 공통점

입력 2016-07-01 16:18 수정 2016-07-0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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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 산하 일본 메신저 앱 ‘라인(LINE)’이 오는 1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을 합니다. 원래는 2014년 상장 예정이었으나 상장 방법을 놓고 모회사와 이견이 생겨 2년이나 늦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말입니다. ‘라인은 한국 기업입니까, 일본 기업입니까?’ 라인의 태생은 일본인데 네이버 산하 기업이라고 하니 한국 기업으로 봐야할까요?

라인 이용자는 약 2억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4배는 족히 되네요. 이 중 국내 이용자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뿌리를 해외에 두고 있다 보니 국내 앱 이용자들이 라인의 존재 자체를 아는 게 되레 신기합니다. ‘네이버 산하 기업인데 일본에서 커서 현지에서 상장한다더라...’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게 고작이지요.

일본 언론사 기자들도 처음에는 당황했다고 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현지인들이 라인을 통해 서로 안부를 확인하면서 라인의 존재감을 확인했는데, 막상 독자들에게 라인을 소개하자니 적합한 수식어나 소개의 표현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고요. 그래서 ‘모회사는 한국이지만 앱이 개발된 건 일본’, ‘개발팀을 떠받치는 건 전 라이브도어 엔지니어’,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만들어진 서비스’ 등 갖가지 수식어가 나오다가 결국 ‘일본 태생의 인터넷 서비스’로 정리가 됐다고 하네요.

그런데말입니다. 라인이 상장을 한다고 하니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습니다. ‘라인의 진짜 사장은 누구인가’, ‘진짜 본사는 어디인가’, ‘라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죄다 라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입니다.

여기에는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도 걸려있습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난 업체들이 세계 IT 시장을 주름잡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는 라인 같은 기업을 배출했다는 건 그만큼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그런데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일본 언론을 통해 라인 소식을 접할 때면 기사 말미에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습니다. “라인은 한국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자회사다.” 이건 곧 일본 스스로가 라인을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으로 인정했다는 것일까요?

사실 그렇습니다. 브라운, 코니, 초코, 샐리, 문, 제임스 등 라인 캐릭터들은 ‘메이드 인 재팬’이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입니다. 그동안 라인 이용자들은 이들 캐릭터가 일본산인 줄로 알고 있었겠지요. 라인의 캐릭터들은 한국인 디자이너 강병목 씨 작품입니다.

이런 점에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과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경영자(CGO)의 전략은 참 영리했다고 봅니다. 일본 시장을 공략해 이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꿈을 꾸면서, 라인의 진짜 뿌리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감추는 게 먹힐 것이라는 판단이 적중했으니 말입니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에게도 LG전자에게도 난공불락의 성이었던 일본을 제패한 비결일까요? 일본의 소비자들은 자국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기로 유명합니다.

라인의 모회사인 네이버는 난세에 피어났습니다.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로 국내 재벌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당시, 한국이 재벌에만 과도하게 집중됐단 반성에서 IT 산업을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은 게 시작입니다. 일본에 토종 메신저 앱이 없던 시절, 라인의 시작도 IT 불모지에서 꽃을 피운 네이버의 시작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라인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록 외풍은 심해질 것입니다. 정체성, 특히 국적 문제는 스스로 짚고 넘어가야 뒤탈이 없을 것 같습니다. 롯데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롯데는 한국인인 신격호 총괄 명예회장이 1948년 일본에서 창업했습니다. 껌 장사로 시작해 일본에서 대형 제과업체로 자리매김했고, 나중에 고국인 한국에도 적극 투자해 제과, 건설, 유통, 호텔, 스포츠 구단 등을 거느리며 일본에 지주회사까지 세웠습니다.

그러나 현재 롯데가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의 싸움은 볼썽사납습니다. 서로의 인신공격은 물론 자신들에게 금수저를 물려준 아버지의 치부까지 들춰내, 결국 그 불똥이 자신들의 발등을 찍는 형국입니다.

더 중요한 건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롯데의 국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형제 간의 경영권 싸움이야 당사자끼리 해결할 과제라지만, 국적이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한국과 일본 사람들은 ‘피’에 민감합니다. 정작 롯데가 사람들은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모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에서 벌어들인 부는 일본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릅니다. 일본에서도 논란은 마찬가지입니다.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주주 사이에서는 수십년간 일본에서 일군 것들이 부정되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라인에게도 롯데의 상황은 강 건너 불이 아닙니다. 당장 문제가 없다고 해도 기업이 존속하는 한 언젠가는 짚고 넘어갈 문제임은 분명해보입니다. 실질 소유주는 한국 국적의 네이버이고 실세도 한국인인데, CEO를 비롯한 개발자 대부분은 전 라이브도어 출신입니다.

일본 경제 전문 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라인에 대해 일본에서 서비스하지만 그룹 관계가 급변해 모기업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본 관계를 비롯해 거래 관계도 매우 복잡하다고 했습니다. 여기다 일본과 미국에서 상장하면 투자자는 일본인이나 외국인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롯데보다 더 복잡한 관계로 얽힐 수 있습니다.

어쨌든 라인의 상장은 올해 세계 IT 업계에 있어서 최대 규모라고 하니 꼭 성공해서 부진한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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