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자가 음원 자체만으로 차별성을 갖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각기 다른 플랫폼이라 할지라도 동일한 품질의 음원을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각 플랫폼에 대한 이용자들의 충성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콘텐츠 다각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음악 방송과의 제휴다. 플랫폼 사업자가 방송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음원 유통권을 확보하는 식이다. 나아가 사이트를 통해 방송 클립, 무편집 영상, 미공개 사진 등을 독점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벅스는 음악 프로그램과의 협력에 가장 적극적이다. MBC ‘일밤-복면가왕’을 비롯해 MBC ‘듀엣가요제’, SBS ‘신의 목소리’ 등을 후원하고 있다. 또한 음악예능의 선조 격인 MBC ‘나는 가수다’와 ‘무한도전-영동고속도로 가요제(이하 무한도전 가요제)’ 역시 벅스를 통해 음원을 유통했다.
벅스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와 방송사는 ‘음악’이라는 공통의 화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많다”면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신규 이용자 유입을 노릴 수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음악 프로그램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협력 방안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던 것은 지난해 방영된 ‘무한도전 가요제’ 음원이다. 방송 직후 열흘간 일평균 신규 가입자 수가 방송 전 3개월 대비 2.3배 증가했다. 로그인 유저 및 이용자 방문수, 애플리케이션 설치 수 등 역시 모두 증가했다.
방송사 입장에서야,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데다가, 플랫폼을 통해 프로그램 방청 및 출연 신청 접수를 받는 등 노출 효과도 톡톡하다. ‘신의 목소리’ 박상혁 PD는 “협찬은 물론, 프로그램 홍보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서 “벅스의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나 방청객으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 윈-윈 효과를 거두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음원 유통의 주효한 요인으로 꼽는다. CJ E&M 계열 방송의 음원 유통을 맡고 있는 엠넷닷컴 측은 “콘텐츠의 차별화도 물론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방송 음원을 유통 및 출시하는 것은 플랫폼 사업자의 의지로만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요구가 선행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라보는 가요 관계자들의 시선은 상반된다. 오래 전부터 방송사의 ‘음원 장사’는 가요계의 골칫거리였다. 가요 관계자 A씨는 “자본과 파급력을 앞세운 방송사들이 이제 음악 시장까지 독점할 태세”라면서 “음원을 통해 얻은 수익이 음악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점 역시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관계자 B씨는 “국내 가요 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다양성의 확보”라면서 “아이돌 위주의 시장에서, 음악 방송을 통해 고(故) 김광석의 노래가 재조명된 사례를 생각해보라. 이는 음악 예능이 시장의 다양성 확보에 기여한 경우라고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B씨는 이어 “제작자들 역시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상이하다. 방송사를 비판했다가도, 자신이 제작했던 음악이 재조명돼 입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면서 “결국 방송사의 음원출시는 이해관계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