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사우디 내각 권력지형 변화: ‘20년 석유권력’ 알 나이미 장관 ‘지고’

입력 2016-06-09 11:12 수정 2016-06-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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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부왕세자 갈등 추정… 석유부 폐지에 퇴진 수순

글로벌 석유 산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알리 알 나이미(80)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사실상 30세 ‘실세 왕자’의 등쌀에 밀려 20여년간 누려온 권좌에서 물러났다.

사우디 왕실은 지난달 7일 석유권력의 교체를 전격 발표했다. 개각을 통해 석유부를 없애고 석유는 물론 수자원 및 전력 부문까지 총괄하는 에너지·광물자원부를 신설하고 새로운 부서의 장관에 칼리드 알 팔리를 임명했다. 석유부가 없어지면서 알 나이미는 자연스럽게 퇴진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알 나이미 전 장관은 1995년 취임해 21년간 사우디 석유장관직을 지내면서 글로벌 석유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세계 최고의 석유 카르텔로 만든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한때 ‘원유시장의 앨런 그린스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린스펀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서츠그룹 애널리스트는 “알 나이미는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시장의 필요에 맞게 금리를 올리고 내렸던 것처럼 원유 시장의 상황에 따라 산유량을 조절하면서 OPEC의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알 나이미 장관은 전문가적 식견으로 원유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했을 뿐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석유장관 자리는 늘 왕족이 아닌 민간 전문가가 맡았고, 이를 통해 석유 정책이 왕족의 정치적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일관되게 집행되도록 하는 것이 사우디의 오랜 관행이었다. 하지만 젊은 실세 왕자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알나이미가 고령이기 때문에 은퇴는 예상된 일이었지만 6월 OPEC 회의에 앞서 갑작스럽게 물러난 것은 그와 모하메드 부왕세자 간의 갈등과 균열이 심각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 나이미 장관 등 실무진은 지난 4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산유국의 생산량 동결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란의 참여 없이 산유량 동결은 불가하다는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강경한 자세에 결국 사우디는 산유량 동결을 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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