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틸 부사장, 삼성전자 내적 국제화 앞장

입력 2016-06-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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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틸 삼성전자 전사 홍보 담당 부사장<사진>이 그룹의 ‘내적 국제화’를 선도하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현지시간) 기획 ‘이방인이 바꾼다’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스틸 부사장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 명문 옥스포드대학 출신인 스틸 부사장은 삼성전자 북미총괄 기획홍보팀장을 맡다가 2014년 12월 4일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전사 홍보를 맡게 됐다. 그는 북미총괄에서 마케팅팀장과 기획홍보팀장으로 지내며 이 지역 내 삼성전자의 홍보 기능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대외협력으로 삼성 브랜드의 위상을 높인 점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물론, 세 번째 해외출신 부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그에 대해 “변화하는 삼성을 대외에 알리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정작 본인이 사내에서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지난 3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목표로 한 ‘스타트업 삼성문화혁신’ 선포식을 가졌다. 구체적으로는 ‘대리-과장-차장-부장’ 등의 직급 승진에 20년 가까이 걸리는 인사제도를 수정하고, 현장에서 부사장급에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스피드 보고 제도’가 핵심이다. 심지어 사내 이메일의 수신자에서 ‘○○부장님’을 ‘○○님’으로 직급을 빼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구태의연한 연공서열이 여전히 조직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스틸은 이런 삼성의 변화를 외부에 알리는 역할의 중심에 있다. 그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7년 이건희 회장이 창설한 외인부대 1기생으로 삼성에 첫 발을 들였다. 그는 당시 부흥하기 시작한 아시아의 기술에 관심이 있어서 삼성에 발을 들였고, 그 5년 후 외국인 최초의 상무로 발탁됐다.

그러나 삼성의 조직문화에 쉽게 적응한 건 아니었다. 그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 유명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건 “금융 위기를 돌파한 ‘스피드와 열정’을 잊을 수 없었서였다”고 한다. 그는 일례로 TV 사업에 관한 보고서를 쓸 당시의 일을 들었다. 지역에서 4~5번째였던 점유율을 단숨에 2위까지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그 보고서를 본 상사로부터 “왜 1위를 목표로 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를 삼성의 열정주의로 보고, 이것이 삼성이 일본이나 서구 세력을 따라 잡고 추월한 원동력이었다고 받아들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마누라와 자식 이외는 전부 바꿔라”며 1993년 원조 혁신 선언을 내세워 삼성 부흥의 제1막을 주도한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2년을 맞은 점에 주목했다. 삼성은 도요타자동차와 대등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제조기업이지만 성능과 품질, 저가를 무기로 점유율을 서로 빼앗는 경영 모델은 한계점에 왔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독창적인 제품으로 미국 실리콘 밸리와 승부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성장의 제2막을 전개하려면 세계의 두뇌를 모아 창의를 키우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조언했다. 특히 열정 이상으로 내적 국제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틸 부사장은 한국인 직원들과 찌개 회동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그는 “전사원이 문제 해결사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본사 주도와 상명하달식 의식 개혁의 필요성을 일상에서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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