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밑지는 장사.’ 국내 최저가를 지향하는 소셜커머스 3사를 향한 비야낭거림이다. 지난 2010년 국내 소셜커머스 3사가 연이어 출범한 이후 6년째 내리 적자만 거두고 있으니 이 같은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3사가 기록한 영업손실액은 무려 8300억원. ‘1조원 적자설’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시장의 성장세만 보면 우려는 기우에 불과, 장밋빛 미래를 외치며 여유만만이던 이들도 속은 끓는 모양이다. 3사가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며 마지막 생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이슈를 모으는 곳은 단연 1위 업체 쿠팡의 오픈마켓 진출이다.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와 최저가 경쟁을 벌이더니 이번엔 소셜의 정체성을 스스로 버리고, 국내 1위 오픈마켓 이베이코리아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쿠팡은 지난 12일 다수 판매자와 다수 구매자를 연결하는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 사업 모델 ‘아이템 마켓’을 론칭하고, 오픈마켓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판매업자(소셜커머스, 직매입)에서 판매중개업자(오픈마켓, 판매중개업)까지 변화를 꾀한 것이다.
기존 오픈마켓과 쿠팡 아이템 마켓의 가장 큰 차이는 여러 판매자가 같은 아이템(상품)을 등록했더라도 고객이 검색했을 때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하나의 상품만 메인 페이지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위너(winner)’로 불리는 이 대표 상품은 가격, 배송, 상품만족도 등 여러 기준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된다.
쿠팡 관계자는 “실제로 정식 서비스에 앞서 시범서비스 기간에 월 매출이 200만원에서 2억원으로 100배 뛴 판매자가 나왔다”면서 “위너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판매자들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업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베이코리아에 정면 도전장을 내민 쿠팡의 도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단순히 오픈마켓 진출을 넘어 신설 아이템 마켓 입점업체들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춘 혜택을 부여했다. 전 카테고리에서 판매 수수료를 기존 대비 최대 33% 인하해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약 15% 수준의 수수료가 적용됐던 일부 카테고리의 경우 약 10% 수준으로 인하돼 옥션, G마켓, 11번가 등 기존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이마트와 가격경쟁을 벌인 데 이어 또 전자상거래 시장을 흔드는 도발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최저가를 지향하는 소설커머스의 정체성마저 스스로 저버리면서까지 쿠팡이 오픈마켓에 진출한 것은 결국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영업손실 547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손실액보다 약 4.4배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률(마진율)은 0.13%로 수익성이 바닥을 기는 수준이다. 이에 운영비가 많이 드는 판매업자 모델보다는 책임은 덜하고 수익은 높은 판매중개업의 모델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는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도 쿠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오픈마켓 진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오픈마켓 모델의 경쟁력은 높게 평가했다. 또 쿠팡의 ‘아이템 마켓’을 눈여겨보겠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향후 이들의 진출 가능성도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오픈마켓 업체 11번가가 직매입 사업에 뛰어들고 쿠팡이 오픈마켓 사업에 뛰어든 것만 봐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생존을 위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티몬과 위메프의 진출 가능성도 예견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