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You’re fired!' 설마 트럼프가?… 한국 개미가 힐러리 응원하는 이유

입력 2016-05-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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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AP/뉴시스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AP/뉴시스 )

황금연휴를 하루 앞두고 기쁨이 절정에 달해있던 지난주 수요일(4일), 미국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거침없는 막말로 전 세계인으로부터 논란을 사고 있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확정됐다는 내용이었죠. 경선 레이스를 달리던 테드 크루즈와 존 케이식이 “승리 가능성이 없다”며 후보에서 물러난 겁니다.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입니다. 트럼프는 “한국은 왜 미군 주둔 분담금 100% 부담하지 않는가”라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고 있죠. 만약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은 매년 2조원의 방위비를 ‘나 홀로’ 짊어져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되면 한미동맹의 근간이 무너질 거라고 우려합니다.

“바다 건너 이야기일 뿐인데 뭐. 미국 대선 리스크가 얼마나 된다고….”

혹시 이런 생각 하셨나요? 미국 대선은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일단 주식시장은 미국 대선 자체를 싫어합니다. 불확실성 때문이죠. 1988년 조지 WH 부시(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코스피는 6개월 전(-3%)부터 하향곡선을 그렸습니다. 대선 이후 반등에 나서긴 했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두 달(8%)의 시간이 필요했죠.

빌 클린턴이 백악관 새 주인이 됐던 1992년 대선 때도 코스피는 반년 전(–0.47%)부터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3개월 전 –13%ㆍ한 달 전 –15%) 낙폭은 더 깊어졌죠. 본격적인 반등에 나선 건 투표일로부터 60일(16%)이 지난 뒤였습니다.

2000년 조지 부시 때는 반대였습니다. 대선 6개월 전 70% 넘게 뛰었던 코스피가 대선 종료 한 달 만에 4% 넘게 밀려나며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정권을 넘겨받은 버락 오바마도 초재선 모두 당선 이후 코스피 성적표가 더 안 좋았습니다.

(출처=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출처=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수출로 눈을 돌려볼까요?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은 ‘자국 제조업 보호와 투자확대’를 강조합니다. 빌 클린턴이 재임 당시 IT 투자 인프라를 강조하고, 지금 버락 오바마가 제조업 르네상스를 선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죠.

반대로 공화당은 투자보다 소비에 초점을 맞춥니다. 아버지 부시가 ‘세금은 없다’고 공언한 것도, 아들 부시가 가계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확대한 것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양당의 색깔만 따져보면 우리에겐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더 유리합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늘어야 한국 수출량이 증가하니까요. 실제로 공화당 집권기 한국의 평균 수출 증가율은 22%에 달했습니다.

“미국에서 TV를 주문하면 다 삼성, LG다. 미국서 잘나가던 RCA와 제니스는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얼마 전 트럼프가 한 말입니다. 노골적으로 한국 기업에게 반감을 드러냈네요. 트럼프가 우리 기업에 ‘몇%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평소 보호무역을 주장해 온 그가 백악관 새 주인이 되면 우리나라 수출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힐러리는 전임 민주당 대통령과 다르게 ‘소득불균형 해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가 당선되면 ‘미국 내 소비 진작↔한미 교역량 확대’ 연결고리가 생기는 거죠. 이 때문에 대미(對美)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들은 이 때문에 ‘그나마’ 힐러리를 응원합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Hillary Clinton) (AP/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Hillary Clinton) (AP/뉴시스)

“넌 해고야(You’re fired)!”

2004년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 수습생)’에서 트럼프가 탈락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괴짜 부동산 재벌을 10여년 만에 유력 대선후보로 만들어 놓은 유행어이기도 하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 수출기업들은 올해 연말 저 말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낙선한다 하더라도 그가 주장했던 ‘아메리카 퍼스트’는 미국 국민 뇌리에 남아있겠죠. 전 세계 무역 패권지도 변화에 대비해야합니다. 최근 두 후보 지지율(라스무센 발표, 트럼프 41% vs 힐러리 39%)을 보니 아무래도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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