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경제인들과 골프 회동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어졌던 '공직자 골프 금지'가 2년 2개월여 만에 풀렸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현역 군 장성들이 군 전용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논란이 되면서다.
이때 박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다"며 "특별히 주의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직사회에선 이를 '골프를 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여 조심하는 풍조가 생겼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작년 2월 국무위원과의 티타임에서 "골프가 침체돼 있다. 활성화를 위해 좀 더 힘써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경제단체장들과 골프 약속을 잡았지만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고, 경기도 가라앉으면서 무산됐다.
지난 26일 박 대통령은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간담회에서 "(공직자들이 골프를)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좀 더 명확하게 골프를 허용했다.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냥 골프 치러 나가면 하루가 다 소비되는 것처럼 여겨지니 바쁘겠다고 순수히 생각한 것"이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 이후 나흘 만에 유 부총리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한무경 여성경제인연합회장과 퍼블릭 골프장인 경기도 여구의 남여주 CC(컨트리클럽)에서 골프 라운딩을 했다.
동행한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김정관 무역협회 부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과 한 조가 돼 골프를 쳤다. 그린피 12만5천원과 캐디·카트비는 여덟 사람이 똑같이 나눠 냈다고 한다.
경제정책을 이끄는 유 부총리가 누구와 공식적으로 골프를 치는지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조선·해운 등 한계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돼 대량 실업 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 부총리가 기업인들과 골프를 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많다.
이를 의식한 듯 유 부총리는 "해외에 나가서 골프를 치기보다 이왕이면 국내에서 치라는 의미가 있다"며 내수활성화의 취지를 강조했다.
이날 골프를 마친 후 인근 영릉(세종대왕릉)을 들렀다가 여주 쌀밥 한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한 유 부총리는 "골프를 치고서 주변 관광지에도 들르고 지역 특산물도 먹자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