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소록도 '할매수녀' 이야기

입력 2016-04-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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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팡팡] 소록도 '할매수녀' 이야기

천사를 보신 적이 있나요
바로 여기 이 할머니들이 천사라면 믿으시겠어요? ^^

82세인 이 할머니의 이름은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or).
바로 소록도 '할매수녀' 입니다.

마리안느는 오스트리아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1959년 소록도로 왔습니다. 3년뒤엔 룸메이트였던 마가렛 피사렛 수녀도 왔죠.

금발의 20대 수녀들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아유~ 손으로 만지면 어떡혀~" 의료진과 주변사람들이 말렸지만 썩어가고 문드러진 환자들의 상처에 맨손으로 약을 발라줬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60년대. 가진 것 없이 한 없이 나눠주는 그들이었죠. 자신들의 방엔 TV하나 없이 달랑 장롱 하나 뿐이면서

얼마 안되는 생활비와 보조금은 환자들의 간식비로 나눠줬습니다. 고국에 수천 통의 편지를 써서 약품과 필요한 것들을 지원받고 병원을 현대식으로 짓는 데 보탰습니다.

그렇게 4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뽀얀 피부의 수녀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주름 가득한 '할매'가 됐습니다.

그러다 더는 봉사하기 힘든 몸이 됐다고 느낀 그때, 두 수녀는 달랑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홀연히 소록도를 떠났습니다.
"이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해 왔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대해 용서를 빕니다."
2005년 11월 22일

그리고 11년이 흐른 2016년 4월
마리안느 수녀가 내달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대장암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현재는 많이 호전된 상태라고 하네요. 마가렛 수녀는 치매로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요양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작은 나라에 와서
별다른 보상도 없이 한 평생을 바친 그들
진정한 헌신과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소록도 '할매수녀'들이 머물렀던 사택 앞에는 그들이 평생 새겼던 문구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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