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선거제도 개혁, 두 거대 정당의 담합을 깨라

입력 2016-04-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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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A, B, C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유권자 ‘갑’은 A를 제일 좋아하고 그다음으로 B, C 순서로 좋아한다고 하자. 또 ‘을’은 B를 제일 좋아하고 그다음으로 C, A를, 그리고 ‘병’은 C를 제일 좋아하고 그다음으로 A, B 순으로 선호한다고 하자. 투표를 하면 그 결과는 어떨까? ‘투표의 역설(voting paradox)’ 이야기이다. 잠시 들여다보자.

결과는 당연히 무승부이다. ‘갑’은 A를, ‘을’은 B를, ‘병’은 C를 찍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라는 게 그렇다. 나설 만한 사람이 다 나서지 않는다. 또 이래저래 못 나서게 만들기도 한다.

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 복잡할 것 없다. A가 나서지 않으면 B가 당선된다. ‘갑’이 차선인 B에 표를 보태주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B가 나서지 않으면 C가, C가 나서지 않으면 A가 당선된다.

무슨 말이냐? 결국 선거라는 게 완벽한 제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후보배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게다가 그 배열을 바꾸기 위한 온갖 전략과 술수가 구사되고 있다.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이야기 외에도 애로(K. Arrow)의 ‘불가능성의 정리’ 등 선거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론과 논리는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다. ‘투표의 역설’만 해도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콩도르세(M. de Condorcet)의 이론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 온 게 짧게 잡아 수백 년은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쩌자는 거냐? 선거를 하지 말자는 거냐? 아니다.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나. 싫으나 좋으나 선거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일이 있다. 원래 문제가 있는 제도인 만큼 보다 온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제도는 어떨까? 한마디로 곳곳이 뒤틀려 있다. 두 거대 정당 등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온갖 ‘장난’을 다 쳐 왔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를 통해 제3당과 제4당의 출현을 어렵게 만드는 것, 엄청난 국고보조금을 자기네끼리 나누어 먹는 것 등이 다 그런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졌던 ‘교차투표’, 즉 지역구 후보는 이 당을 찍고 정당은 저 당을 찍는 현상만 해도 그렇다. ‘1인 2표제’, 즉 지역구 의원 선출을 위한 투표와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따로 하게 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그렇게 한 게 불과 12년 전, 제17대 총선 때부터이다. 그전에는 ‘1인 1표’, 즉 후보자를 선택하면 그 후보자가 소속된 정당까지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사실 ‘1인 1표제’는 말이 안 되는 제도였다. 후보자를 좋아해도 그가 소속된 정당은 싫어할 수가 있다. 당연히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싹 무시하는 제도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제도를 비례대표가 처음 채택된 1963년의 제6대 총선 이래 2001년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결정할 때까지 무려 40년 가까이 운용했다.

왜 그랬을까? 뭐가 문제인지를 몰라서? 아니었다. 오히려 잘 알기에 그랬다. 지역구 선거에 강한 거대 정당들이 선거제도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말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과 군소정당들이, 심지어 이들 거대정당 소속의 양식 있는 몇몇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들 거대정당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게 한둘이 아니다. 거대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소선거구제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하나하나 모두 찾아내 고쳐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선거가 기능을 하고 민주주의가 숨 쉴 수 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양 거대정당 등 뒤틀린 제도 아래 재미를 보는 기득권 세력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제3의 당, 즉 국민의당이 성립됐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가장 역점을 두어 할 일이 뭐냐? 바로 이것, 즉 두 거대정당 등이 담합해 뒤틀어 놓은 제도들을 찾아내어 고치는 것이다. 새 정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게 바로 새 정치이다.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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