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와 경제지표가 최근 안정을 찾고 있지만 경기둔화 와중에 막대한 돈을 잃은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커져만 가고 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13일(현지시간) 무역지표 호조에 힘입어 전일 대비 1.4% 오른 3066.64로 마감했다. 이에 상하이지수는 지난 1월 8일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는 분노한 투자자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면서 사회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허난성 신샹시에서 일어난 개인투자자들의 시위를 소개했다. 이 시위에 참석한 45세 엔지니어 출신의 양바오위는 허난텅페이집단투자이재라는 자산관리업체에 저축액 3만7000달러(약 4200만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이 업체는 지난 2014년 파산했다. 당시 시위에 약 200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시청 앞에 모여 항의 깃발을 흔들면서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후 시청 관계자들이 사태 해결을 약속하고 600명의 경찰들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일부 사람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양바오위는 지금도 정부가 투자자들을 배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투자 당시 정부가 보증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텅페이를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빈번한 시위는 중국 정부에 새로운 치안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상하이와 남서부 중심도시 쿤밍, 시안 등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증시가 폭락했을 때는 베이징의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청사 앞에 군중이 모였다. 주식은 물록 보험과 투자신탁, 금속 거래와 관련된 금융상품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농민공과 광산 근로자, 퇴직군인 등 일자리를 잃어 분노하게 된 중국인이 늘어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위가 중국의 사회 불안을 더하고 있다고 WSJ는 거듭 강조했다.
텅페이에 투자했다가 약 12만 달러를 잃게 된 퇴역 육군 중령 궈보진(72)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공산당은 신뢰할 만한 존재로 인식됐다”며 “그러나 정부가 이 사업(텅페이)을 용인했다. 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된 지금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2년 전후 부동산시장이 냉각하면서 그림자은행의 한 부분인 이른바 자산관리상품(WMP)이 큰 인기를 끌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WMP 규모는 18조4000억 위안에 달했다. 이는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규모와 맞먹는다.
그러나 경기둔화 심화로 WMP가 투자했던 기업들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고 그 결과 WMP를 제공하는 일부 투자회사가 파산했으며 투자자들은 궁지에 몰렸다.
중국 정부는 WMP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손실 규모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WSJ가 최근 1년간 보고된 사례를 집계한 결과 약 160만명의 투자자가 최소 243억 달러, 1인당 평균 1만5000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텅페이 파산 당시 피해 투자자는 총 3만7000명에 달했으며 이들이 입은 손실은 1인당 약 1만800달러였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