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직전 모기지담보부채권(MBS) 부실 판매와 관련해 51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법무부와 합의했다고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에 지금까지 골드만삭스가 MBS와 관련해 미국 정부기관에 낸 벌금은 86억5000만 달러(약 9조9216억원)로 늘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5억5000만 달러, 2014년에는 연방주택금융청(FHFA)과는 30억 달러의 벌금을 각각 내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물게 될 51억 달러는 직접적인 벌금 약 24억 달러와 구제기금 18억 달러, 주 검찰 등 다른 정부 기관과의 합의금 8억7500만 달러 등이 포함됐다. 미국 법무부는 골드만삭스가 지난 2005~2007년 MBS를 판매하면서 리스크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저당잡힌 모기지들의 부실 위험성이 매우 컸는데 이를 은폐했다는 것이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1월 미국 법무부와 벌금을 내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이날 구체적으로 내용이 확정된 것이다. 이번에 부과된 벌금 규모는 지난해 4분기 골드만삭스가 올린 순이익과 맞먹는다.
미국 정부기관과 합의는 봤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민사소송이 많아 골드만삭스의 MBS 관련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벌금 합의도 골드만삭스를 비판하는 월가 여론을 식히지는 못했다고 FT는 전했다. 비영리기구 베터마켓츠의 데니스 켈러허 대표는 “50억 달러 벌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골드만삭스는 불법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했는지, 그리고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는 얼마인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월가 은행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투자자들을 오도한 혐의로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그 규모가 170억 달러에 육박하고 JP모건체이스는 130억 달러, 씨티그룹이 70억 달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