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회는 아날로그 사회와 본질적으로 상충되는 구조다. 원자로 이뤄진 물질 세계는 자원의 한계로 인해 한계 효용이 감소하는 소유의 사회다. 그러나 비트로 이뤄진 디지털 사회는 한계 효용이 증가하는 공유의 사회다. 두 개의 세상에서 소유와 공유라는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논쟁이 대표적 가치관의 충돌 사례일 것이다.
그런데 PC 시대까지는 분리돼 있던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상이 이제는 O2O(Online 2 Offline)로 융합하고 있다. 2010년 30개에 불과했던 1조 가치가 넘는 유니콘들이 불과 5년 만에 250개를 넘어서고 있다. 두 세계의 충돌이 글로벌 거대 유니콘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들의 비밀 코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인 디지로그(digilog)이고, 사이버와 현실의 융합인 CPS(Cyber Physical System)이며,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인 PSS(Product Service System)이다. 이들을 총칭해 O2O라 칭하기로 한다.
이제 현실 세계와 1:1 대응이 되는 가상 세계에서 시공간을 재조합해 현실을 최적화하는 O2O 융합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 내비게이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실의 교통 체계와 1:1 대응되는 가상 교통망에서 최적의 맞춤 길을 미리 예측해 알려주고 있다. O2O 최적화는 병원, 공장, 여행 등 인간 삶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GE의 공장, 캐터필러의 중장비, 아마존의 배송, 핏빗의 건강관리 등이 모두 동일한 원리로 구성돼 있다.
O2O 융합은 디지털화 기술 6개와 아날로그화 기술 6개로 구현될 수 있다. 시간, 공간, 인간을 디지털화하는 6대 기술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어러블로 구성된다. 디지털화된 가상 세계에서 예측과 맞춤을 통해 현실을 최적화하는 아날로그화 6대 기술은 서비스 디자인, 플랫폼, 3D프린터와 DIY, 증강·가상현실, 게임화, 블록체인과 핀텍이다. 그리고 그 연결 고리에 인공지능이 자리하고 있다.
O2O 융합은 지구 차원의 자기조직화를 촉발해 지구 전체를 생명화하고 있다. 인류는 집단생명으로 자기조직화하는 초인류로 진화할 것이다. 이제 사물을 다루는 기술과, 우리를 다루는 경제사회와, 나를 다루는 인문학이 초융합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인류가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은 미래가 10년 내에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도전해야 할 세 가지 목표인 △기술의 대융합 △선순환 경제사회 구축 △초인류의 삶의 가치다. 이들은 각각 과학기술과 경제사회와 인문학의 화두일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과제는 독립적 발전이 아니라 다 함께 초융합되고 있다.
미래학의 개념은 예상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을 통해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우선 기술은 초생산성을 이룩할 것이다. 수요는 경험 경제의 확산으로 물질 소비는 줄고 개인화된 정신적 소비가 증대될 것이다. 놀이와 문화가 최대 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물질의 소유에서 정신의 삶으로 행복은 이동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혁신에 비례하는 보상에, 지속 가능한 분배의 문제는 복지의 거버넌스에 달려 있다. 분산화된 권력을 뒷받침하는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이 직접민주제와 거래의 신뢰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미래 사회 이론에 우리의 태극 사상이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바람직한 미래의 화두들을 던져 본다. 그리고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거대한 토론에 수많은 석학들의 참여를 촉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