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대니 윌렛(잉글랜드)을 위한 축제였다. 대회 기간이 아내의 출산 예정일(당초 10일)과 맞물려 출전 자체를 미뤄왔던 윌렛은 아내의 조기 출산으로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세계랭킹 1ㆍ2ㆍ3위 제이슨 데이(호주), 조던 스피스(미국),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의 ‘빅3’ 경쟁에 시선이 집중된 만큼 무명에 가까운 윌렛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스피스는 사상 4번째 마스터스 2연패에 도전하고, 맥길로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렸다. 사상 첫 그린재킷을 노리는 데이의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빅3’ 경쟁은 더 뜨거웠다. 스피스는 전년도 챔피언답게 첫날부터 6언더파 66로 단독 선두에 올랐고, 맥길로이와 데이는 각각 2언더파와 이븐파로 스피스를 추격했다.
윌렛도 2언더파로 선전했다. 윌렛의 플레이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3라운드부터다. 그는 대회 셋째 날 이븐파를 쳐 공동 5위에 자리하며 스피스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복병에 불과했다. 중요한 건 최종 라운드다.
윌렛은 전반을 보기 없이 버디 2개로 마치며 스피스를 압박했다. 그러나 그의 역전 우승을 예약하기는 어려웠다. 한때 스피스와 4타차까지 벌어졌던 그다. 하지만 스피스가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윌렛은 스피스의 샷 난조를 틈타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다. 후반에도 보기 없이 침착하게 스코어를 줄여가며 경쟁자들을 뿌리쳤다. 결국 윌렛의 우승이었다. 경쟁자 스피스보다 먼저 홀아웃한 윌렛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 첫 마스터스 우승이자 잉그랜드인으로서 20년 만의 마스터스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스피스는 경기 후 마스터스 전통에 따라 전년도 챔피언으로서 올해 우승자 윌렛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줬다. 사상 4번째 마스터스 2연패를 노리는 그는 결국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마스터스 드라마는 결국 윌렛이란 또 다른 스타를 탄생시키며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