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1: 선배~ 어제(8일) 태양의 후예 보셨어요? 간접광고(PPL) 장난 아니에요. 차 타고 가다가 갑자기 자율주행 켜놓고 키스해요. 밤새 술 마시고 해장은 샌드위치로 하고요.
나:나도 봤어. 우르크에서 못한 광고 후반부에 몰아 하는 거 같더라. 근데 요즘 대놓고 PPL 통하나?
후배2: 드라마 끝나고 친구한테 문자왔어요. 제네시스 갖고 싶다고….
나ㆍ후배1: 효과가 있구나!!!
살랑이는 봄바람에 엔도르핀이 마구 샘솟는 ‘불금’, 후배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훈내(훈훈함)’ 진동하는 송중기 미소에 일주일을 버텨내는 평범한 여인네들이죠.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는 평범한 미생인지라 ‘수목수목’은 거절해도, 본방사수를 위해 그 날이 되면 칼퇴를 합니다. 데스크 눈치도, 치맥의 꼬임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죠.
유시진(송중기 분)으로 시작해 빅보스로 끝나던 우리의 대화에 새로운 주제가 끼어든 건, 이번 주 수요일(6일) 방송부터입니다. 생수로 머리를 감던 강모연(송혜교 분), 스틱 홍삼을 쪽쪽 빨아먹던 송 선생(이승준 분), 약탕기를 들고 다니던 예화(전수진 분)도 쿨 하게 받아들였지만, 이번 주 방송은 ‘운동화 속 돌멩이’ 같았습니다. 편안함을 방해하는 거슬림 말입니다.
변수 많은 시내 운전에서 자율주행을 켜놓고 키스를 하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밤새 술을 마시고 샌드위치 해장이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평범하진 않죠. 강모연은 우르크에서 예화가 들고 다니던 약탕기가 꽤 부러웠나 봅니다. 서울 오자마자 하나 장만했네요.
*PPL: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간접광고.
시청자는 눈살을 찌푸리지만, 기업들은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유시진 애마’로 불리는 현대차 ‘투싼’은 지난달 5000대 넘게 팔렸는데요. ‘태양의 후예’ 덕에 아라블루 컬러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하네요.
강모연의 미모 유지(?) 비결인 ‘송혜교 립스틱’도 그야말로 ‘핫’합니다. 이 상품은 라네즈 ‘투톤립바’인데요. 제조사 자체 조사 결과 방송 이후 검색량이 11배나 상승했다고 합니다. 송 선생이 유난히 좋아하던 홍삼정 ‘에브리타임’ 역시 한 달 새 매출이 180%급증했고요.
효과적 광고 수단을 찾는 기업들= 13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제작사
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죠. 시청자들만 불편한 이 공생관계는 생각보다 역사(?)가 깁니다. 1945년 개봉한 ‘밀드레드 피어스(mildred pierce)’에서 존 크로포드가 버본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이 최초의 PPL로 기록돼 있는데요. 당시에는 단순 소품으로 활용돼 큰 반향을 끌어내지 못했죠.
‘대박’을 터트린 건 1982년 개봉한 ‘ET’입니다. ET가 먹던 ‘초코볼’ 기억나시죠? 영화 개봉 후 M&M의 초콜릿 캔디 매출은 60% 넘게 급증했습니다. 미국 초콜릿 업계 1위 ‘허쉬(hersheys)’를 제치고 단숨에 왕좌의 자리를 꿰찼죠.
해외 한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내용인데요. 영화에 PPL이 등장할 경우 해당 상품의 구매 의사가 16% 상승했다고 합니다. 일시적이지만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죠. ‘태양의 후예’ PPL을 욕하면서도 점심으로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지고,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제네시스를 타고 싶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련되고! 센스있게!” 우리 이투데이의 편집국장의 말입니다. 제가 늘 듣는 지적이기도 하죠.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보도자료나 현장의 작은 이야기도 독자에게는 정보가 될 수 있으니, 최대한 세련되고, 센스있게 써야한다는 뜻이죠. 억지스러운 광고 삽입이 아닌 자연스런 맥락효과를 이끌어 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주 ‘태양의 후예’는 그 세련됨을 잊은 것 같습니다. 다음 주 마지막회에는 센스를 찾을 수 있겠죠? 기대하겠습니다.
*맥락효과가 뭔가요?
사전에 노출되는 단서들에 의해 인식이 편향되는 효과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간절기라 몸이 약해졌어. 한약을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한다면, ‘태후앓이’들은 예화가 들고 다니던 약탕기가 연상될 것이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