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경제현장을 가다] 흔들리는 ‘석화산업 1번지’… 입주 기업인들 “수출대책 있소?”

입력 2016-04-08 10:21 수정 2016-04-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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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여수산업단지 / 예산 편성만이 아닌 구체적 방안 제시… 실효성 있는 활성화 대책 나와야

▲더불어민주당 여수을 백무현 후보(왼쪽 두번째)가 3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교수와 전남 여수시 진남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여수을 백무현 후보(왼쪽 두번째)가 3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교수와 전남 여수시 진남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뉴시스

충무공이 거북선을 만든 곳, 여수선소. 이 선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는 40년이 넘도록 불꽃을 태우며 우리나라 석유화학 수출을 책임져 왔다. 그런데 지금 그 불꽃이 꺼져가고 있다.

7일 여수산단을 찾았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택시기사 박 모(53)씨는 20대 총선 분위기에 대해 “요즘 여수산단 공장들은 장사가 안 돼 난리다. 택시 손님도 없다”며 “먹고살기 빠듯한데 뭔 선거냐”고 하소연했다.

산업단지에 들어서자 전형적인 공업 도시의 모습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최대 석유화학공단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이해되는 순간이다. 수많은 공장 사이로 원료와 유틸리티(물, 증기, 가스 등)를 이동시키는 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마치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금속유기체 같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여수광양지사로 직행해 문경진 지사장을 만났다. 3163만㎡, 957만평 규모의 여수산단에는 277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현재 가동하고 있는 244개사에 2만735명(남자 1만9531명, 여자 1204명)이 근무 중이다. 이곳의 주요 입주 업종은 석유화학과 정유, 비료 등이다. 생산액은 2009년 53조원에서 2010년 70조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2011년엔 90조원, 2013년엔 98조원에 달했다. 수출액은 2009년 183억 달러(약 21조1182억원)에서 2013년 427억 달러로 2배 넘게 성장했다.

그러다 2014년부터 상황은 바뀌었다. 생산과 수출이 각각 92조원, 397억 달러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생산 69조원, 수출 301억 달러로 급전직하했다.

문 지사장은 “근래 세계경기 침체와 국제유가 하락 지속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쳐 수출환경이 악화일로”라며 “여수산단의 지난해 생산은 전년 대비 24.7%, 수출은 24.2% 각각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여수을 주승용 후보(오른쪽)가 3일 전남 여수시 진남시장 앞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당 여수을 주승용 후보(오른쪽)가 3일 전남 여수시 진남시장 앞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여수산단은 정유와 석화 산업이 생산과 수출의 98%를 차지하고 있어 국제유가 하락분의 생산액 및 제품가격 반영으로 생산과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특히 석화 제품은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50%에 달하나, 중국의 경기침체와 석유화학 제품 자급력 향상, 중동산 제품과의 경쟁 심화로 수출환경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 조기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 사이에서도 문 지사장처럼 석화사업이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수출 급감 상황을 불식시킬 대책, 반등의 묘수를 제시할 인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백광현 금호미쓰이화학 부장은 “유가가 떨어지면서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1차 업체는 마진율이 올라갈 수 있지만, 1차 업체 제품으로 가공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대규모 석화 공장들을 지으면서 자급률을 높여 가고 있어 공급 과잉이 야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부장은 “포스코 등 철강산업에서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폐가스를 끌어다가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은 어느 기업 한 곳이 하기에는 비용이 막대해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필요한데, 이런 것도 정치권에서 도와줘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공단을 돌아 식당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계산대 옆 한쪽 벽면을 차지한 저명인사들의 사인이 눈에 띄었다. 후보들이 다녀갔냐고 업주에게 묻자 “몇 번 왔는데 사인은 안 해줬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누가 되든 산단을 살려 지역경제 활기를 되찾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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