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뉴스타파는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의 1977~2015년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Korea)’으로 검색되는 파일은 1만5000여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한국 주소지를 기재한 한국인 이름은 195명이었고 그중 한명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현씨였다.
노씨는 지난 2012년 5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과 ‘GCI 아시아 인터내셔널’, ‘럭스 인터내셔널’ 등 회사 3곳을 설립해 주주 겸 이사에 취임했다. 이들 회사는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페이퍼컴퍼니다. 모두 버진아일랜드 지점이 있는 빌딩에 주소를 두고 있다. 설립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주소를 홍콩으로 기재했다.
뉴스타파 측은 노씨가 페이퍼컴퍼니 설립 목적으로 재산 은닉 가능성과 설립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자본금이 1달러인 회사를 설립해 법인 명의 계좌를 만드는 것 자체가 조세당국의 감시를 피하려는 목적이 상당한데다,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당시는 노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추징금을 내다가 232억원을 남겨 두고 납부를 중단한 시점이라는 것.
이와 더불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페이퍼컴퍼니와 연관돼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씨의 누나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 회장의 부인이다.
노씨는 설립한 IT기업 인크로스는 매출액 대부분이 SK그룹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뉴스타파는 인크로스가 자사보다 덩치가 큰 SK그룹 계열사 크로스엠인사이트(당시 이노베이스)를 헐값에 인수합병했다고 밝혔다. 인크로스는 지난 2009년에는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이노베이스를 단돈 40억원에 인수했다. 또 2010년에는 또 다른 계열사 이노에이스 지분 절반을 60억원에 인수했다.
인크로스는 2010년 홍콩에 ‘인크로스 인터내셔널’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노씨를 대표로 세웠다. 뉴스타파는 홍콩이 노씨에게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준 중개 회사가 있는 곳이고, 노씨가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시점도 인크로스 인터내셔널 대표로 재직하던 시기와 겹쳐 노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와 인크로스가 연관돼 있다면 최 회장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노씨 개인의 문제여서 그룹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