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이하 ISA) 가입 첫날 32만여 명이 계좌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신탁하거나 일임한 금액은 약 1100억 원에 달했다. 가입자는 은행권이 싹쓸이했고 증권가는 신탁금액에서 실속을 챙겼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위에 따르면 출시 첫날이었던 전날 ISA 가입 유형은 일임형보다 신탁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금융위는 ISA가 출시된 전날 하루 동안 가입한 고객은 32만2990명으로 집계됐다. 가입 기관별로는 은행이 31만2464명(96.7%)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증권사와 보험사가 각각 1만470명(3.2%)과 56명(0.0%)이었다.
기관별 유치 금액은 은행 802억원, 증권사 293억원, 보험사 5000만원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 등 기존 세제혜택 상품과 비교해 출시 첫날 가입 규모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재형저축에는 198억원, 소장펀드는 16억6000만원이 출시 첫날 들어왔다.
ISA 형태 기준으로는 신탁형 가입자가 32만2천113명으로 일임형의 877명보다 훨씬 많았다. 가입 금액도 신탁형이 1077억원(98.4%)으로 일임형(18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신탁형이 인기를 끈 것은 일임형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소액으로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데다 분산투자 규제가 없어 예·적금 등 안전상품을 선호한 고객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익률 공시가 의무화된 일임형 ISA의 경우 수익률 비교 공시가 이뤄지기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첫날 가입 상황만 살펴보면 가입자는 은행권이 싹쓸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ISA 가입 자체가 은퇴를 앞둔 중산층 금융고객을 위한 상품인 만큼 은행권의 압도적 유치는 이미 예견돼었다. 97% 가입자에 은행을 찾으면서 일각에서는 증권가의 마케팅 실패라는 분석도 내놨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실속을 차렸다. 전체 가입자의 3%만 유치하는데 그쳤지만 가입 금액은 30%에 가까웠다. 가입 금액을 따졌을 때 금융투자업계가 가입 첫날 선방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ISA 판매 첫날 실적에서 일임형이 적은 것은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이 투자상품별 한도가 있는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 어려워 주로 신탁형에 들어간 탓"이라며 "특판상품의 만기 후에는 자산관리 분야에서 우위가 있는 증권사의 일임형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