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베스트가 제시한 장밋빛 운영구조만 맹신했다."
검찰이 해외 자원개발업체인 ‘하베스트 사(社)’ 부실인수 의혹으로 기소된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전 사장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하베스트의 자산가치를 평가했던 메릴린치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신청했다. 또 메릴린치 전산담당자와 서울지점 직원 등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메릴린치에 평가 용역을 의뢰하면서 하베스트사 자산상황에 대해 허위 수치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이사회에 허위보고 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석유공사 이사도 증인으로 요청했다. 강 전 사장이 하베스트 인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충분한 조사를 거쳐 저렴한 가격에 인수한 것처럼 보고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강 전 사장의 결정에 개인적인 동기가 없었다는 1심 판단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뤄졌다. 검찰은 “사기업 사장이었던 강 전 사장은 연봉을 깎으면서도 대외적인 지위와 명성을 위해 공기업 사장에 취임했다”며 “2009년 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쫓기듯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 전 사장의 변호인은 “검찰은 1심 때부터 주장만 하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검찰이 강 전 사장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또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공사 사장에 취임한 것은 조국을 위해서였고 사적인 이익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4월 20일 오후 3시에 열고 증거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무리하게 인수해 국고 5500억원을 낭비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강 전 사장이 손해를 예측하면서도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검찰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해와자원개발 사업을 타겟으로 삼고 의욕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반발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이 이례적으로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