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시세조종으로 수익금 상환을 피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김모 씨가 BNP파리바 은행과 신영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5월 비슷한 방법으로 중도 상환을 피한 대우증권 사건과는 상반된 결론이다. 대우증권 사례에서 대법원은 기초자산 보유 물량 매도행위가 시세조종이라고 보고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두 사건에서 상반된 결론이 나온 이유는 금융사의 ‘델타헤지’가 정당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는 지에 관한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델타헤지는 금융사가 중도상환금 반환을 피하기 위해 주식 종가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대우증권의 경우 장 마감 10분 전 기초 자산을 기준가격보다 저가에 대량 매도해 사실상 시세조종 행위를 했다는 점이 인정됐다. 반면 이번 사건에서 BNP파리바은행은 조기상환일에 높은 주문가격을 불렀다가 주가가 상승하지 않자 오후부터 가격을 낮춘 점 등을 감안하면 부당한 시세조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금융투자업자가 파생상품의 거래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주식 등 기초자산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수행하는 헤지(hedge)거래가 시기와 수량 및 방법 면에서 헤지 목적에 부합한다면 경제적 합리성이 인정되는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헤지거래로 인해 기초자산의 시세에 영향을 줬더라도, 파생상품의 계약 조건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작하는 등 거래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세조종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ELS 증권을 발행한 신영증권에 대해서도 고객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등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2006년 3월 신영증권이 발행한 ELS에 1억원을 투자했다. 하이닉스와 기아자동차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두 종목의 종가가 기준가격의 75% 이상인 경우 연 16.1%의 수익을 더해 조기상환 받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번번히 조기상환 조건을 맞추지 못했다. 신영증권과 스왑계약을 통해 동일한 구조의 파생금융상품을 사들인 BNP파리바은행이 첫 조기상환기일에 기아차 주식 101만 8000여주를 한꺼번에 팔아치우는 등 물량 조절로 상환 조건을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만기일인 2009년 3월 2950만원만 돌려받게 되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