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과 합병법인 설립 이후 추진하겠다고 밝힌 투자 계획과 관련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합병 후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전국언론노조 등이 참여하는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은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브로드밴드의 최근 투자 계획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는 펀드를 통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기보다 주문형 비디오(VOD)와 광고로 수익을 내려고 한다”며 “지상파와 종편을 유료방송 플랫폼에 종속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가 내세웠던 국내 콘텐츠 산업 진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의 투자는 콘텐츠 산업 진흥보다 수익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지역 채널 활성화 방안이나 4만8000개 일자리 창출 계획도 없이 콘텐츠를 독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SK브로드밴드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CJ헬로비전과 합병 후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1년 동안 1500억원을 출자하고 1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총 32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펀드 자금 중 2200억원을 콘텐츠 제작에, 1000억원을 관련 스타트업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더불어 1800억원을 재투자해 앞으로 5년 동안 총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중장기 계획도 공개했다.
발표 직후 KT와 LG유플러스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SK브로드밴드가 내놓은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방안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가 제시한 펀드가 명분만 존재할 뿐, 펀드 구성과 효율성 등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양사는 “인수합병을 전제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방송통신에 이어 콘텐츠 유통시장 독점화를 통해 자사 미디어 플랫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