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시대] 기술 완성됐는데… ‘비대면 불허’ 규제에 손발 묶인 로봇

입력 2016-03-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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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걸림돌은

올초 로보어드바이저를 주요 투자전략으로 내세운 한 투자자문사는 의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아직 자산관리 서비스 출시 계획이 잡히지 않은 시점에서 기자 수십명을 불러 모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투자상품을 소개한 것이다. 이미 기술은 다 갖춰졌으나 관련 규제가 풀리지 않아 해당 상품의 출시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금융당국에서는 지난 1월 18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놨지만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일임상품에는 비대면 계약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 방안 전에는 대면계약 체결이 의무적이었다. 따라서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온라인 전문회사의 출현이 어려웠다. 자문인력이 아닌 사람의 자문 제공도 금지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자문도 불가능했다.

이에 금융위는 대면계약 체결 의무를 완화하고 유효성·적합성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전문인력을 대체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투자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온라인자문사와 대면 없이도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위는 자문과 판매를 결합한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손쉽게 금융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은행·증권사 등 판매채널은 독립투자자문사(IFA)나 로보어드바이저 등 다양한 자문사와 업무 제휴관계를 형성하고 개별 소비자에게 적합한 자문사를 매칭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출현으로 자문 경쟁이 가속화되면 판매사들이 자사 상품이나 수수료가 높은 상품만을 권유하던 관행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서도 여전히 일임계약에는 비대면 거래가 허용되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서비스게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3년간 자문상품을 찾는 고객 수는 변함이 없는 데 비해 일임형 상품을 찾는 고객 수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에 가입한 고객은 128만3400명이다. 2012년 말 78만189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일임형 상품은 고객이 직접 운용지시를 내려야 하는 자문형과 달리 전문가가 제공한 포트폴리오를 이용해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일임형 상품 계약을 맺으려면 증권사 지점을 통해 대면 계약을 거쳐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 중인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전략에 이용하는 자문업체 대부분이 온라인 클릭 한 번으로 편하게 투자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내세우는데 일임상품은 반드시 대면계약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점이 없는 것과 같다”며 “규제가 추가적으로 완화되지 않으면 마케팅에 한계가 크다”고 문제점을 토로했다.

반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임계약의 속성을 고려할 때 비대면 계약을 허용하면 형식적인 투자성향 파악 등으로 자칫 투자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선뜻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실제 PB가 제공하는 자문만큼 가치있게 여길 것인지도 미지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 투자자들은 ‘수수료’에 매우 인색하다”며 “능력 있는 자문업자에게도 수수료를 주기 아까워하는 투자자가 많은데 하물며 로봇이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더욱 낮은 값어치를 매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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