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는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주요 자동차 메이커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을 나란히, 그것도 정직하게 배치하던 굴레를 처음으로 벗어났다. 1세기를 넘어선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서 이례적인 시도였다. 과감한 시도의 중심에 '싱글 프레임 그릴'이 존재한다.
아우디 코리아는 3일 출시행사와 함께 2세대 Q7의 국내 출시를 알렸다. 새 모델은 지난해 3월 공식출시 이후 1년 만에 한국땅을 밟았다.
아우디는 2004년 아우디 A6 출시를 앞두고 혁신적인 새 모습을 예고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맛보기 이미지'를 선공개하면서 기대감을 잔뜩 부풀렸다. 결국 그 결과 역시 우리의 기대를 훌쩍 넘어섰다. 프론트그릴과 범퍼 아래쪽 에어인테이크 홀을 하나로 엮은, 이른바 '싱글 프레임 그릴'의 등장이었다.
단순한 디자인 시도였지만 그 결과는 혁신에 가까웠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미 1930년대 유행했던, 범퍼와 그릴을 하나로 엮은 디자인"이라고 깎아내렸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질투나 다름없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에 대한 아우디의 도전은 뜨거운 반응으로 되돌아왔다. 새로운 그릴, 즉 새 디자인의 등장으로 아우디의 글로벌 판매는 속속 상승세로 이어졌다. 결국 이 디자인은 트렌드가 됐고 미국 GM(더블 매쉬그릴)과 일본 렉서스(스핀들 그릴), 미쓰비시 등이 비슷한 형상으로 앞 그릴을 디자인했다.
심지어 현대차 역시 발빠르게 이 디자인을 도입해 자기만의 색깔로 변형했다. 현대차는 아우디의 대형화된 네모 그릴을 6각형으로 변형해 '헥사고날' 그릴이라고 불렀다. 범퍼 전체를 하나의 그릴로 아우르는 형상은 아우디의 그것과 다를게 없었다.
프론트그릴의 대형화는 다양한 이미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먼저 차가 커보이는 효과를 얻는다. 나아가 레이스에 나서는 고성능 차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 경주차 대부분이 냉각효율을 위해 프론트그릴 대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고성능 이미지도 심어넣을 수 있다.
프론트 그릴의 대형화를 이끌어낸 아우디는 지난해 2세대 싱글 프레임 그릴을 선보였다.
새 그릴은 기존의 단순 네모를 벗어났다. 6각형을 기본으로 입체감을 더했다. 유연한 에어로 다이내믹 스타일을 벗어나 과감한 돌출형을 선택했다. 한결 입체감도 두드러진다. 앞범퍼와 전조등, 그릴을 한 면에 담아왔던 이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뽑아내기도 했다. 그릴을 앞으로 돌출시키는 디자인은 1960~70년 미국 대형차의 전형을 고스란히 담기도 했다.
결국 2세대 Q7은 아우디가 제안한 두 번째 싱글 프레임 그릴의 신호탄이다. 입체감을 더한 그릴에는 보디컬러와 차별화까지 심었다. 향후 아랫급 Q5와 Q3 역시 비슷한 맥락의 그릴을 앞세워 등장할 예정이다.
새 그릴을 앞세운 Q7이 같은 그룹내 폭스바겐 투아렉은 물론 포르쉐 카이엔, BMW X6, 메르세데스-벤츠 GLS,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등과 어떤 경쟁을 펼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다만 새 모델은 ECU 조작으로 배출가스 논란에 빠졌던 V6 3.0 TDI 엔진을 바탕으로 8단 팁트로닉 변속기를 맞물렸다. 화끈하게 변신한 새 디자인이 최대 장점으로 통하지만 TDI 엔진에 얽힌 폭스바겐 스캔들은 풀어야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