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은 서울 압구정본점 문화홀에서 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 ‘아침광장’ 강연에 ‘세계 바둑의 살아있는 전설’ 조훈현 9단(63) 초청강연을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강연에는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 등 임직원 300여명이 참가했다. 조훈현 9단은 전세계 바둑계에서 불멸의 기록을 세운 인물로, 전세계 최연소 입단(9세), 국내 최초 9단 승단, 전세계 바둑 사상 최다승(1938승), 최다 우승(160회) 기록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인기 웹툰 ‘미생’에서는 각 에피소드 별로 조훈현 9단의 명승부 기보가 소개되며 다시 한번 주목 받은 바 있다. 그는 이날 강연회에서 프로 바둑 기사로 수천번의 승부를 겪으며 느낀 점을 가감없이 전했다.
조 9단은 개인과 단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복기’와 ‘끈기’를 중요성을 강조했다. ‘복기’는 한번 둔 바둑을 다시 두며 스스로 비평하는 것으로, 그는 슬럼프나 대국의 패배 후에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철저히 파헤쳐본다고 말했다. 승부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끈기 있게 개선하거나 제거해 차후에 ‘악수’를 두지 않도록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조 9단은 또 한점 승부의 세계인 바둑에서 고수와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차별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바둑의 기초가 되는 기보와 정석을 습득한 후, 역설적으로 이를 잊고 자신만의 ‘싸우는 방법’을 익힌 사람 만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에 남는 바둑기사의 공통점은 다른 기사와 차별화된 ‘나만의 바둑’을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조 9단은 타고난 능력(천재성)과 후천적 노력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제자인 이창호 9단을 언급하며 “(이창호 9단은) 방에서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바둑알 놓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그러다 조용해져서 방문을 열면 손에 기보책을 든 채 잠들어 있는 게 일상이었다”며 “외출하더라도 하늘을 보며 바둑연습을 한다고 할 정도로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